우주지옥 - 2022 한국출판문화상 본선 진출작 글로연 그림책 30
소윤경 지음 / 글로연 / 202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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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2.30.

그림책시렁 1711


《우주지옥》

 소윤경

 글로연

 2022.7.22.



  ‘지옥(地獄)’이라는 한자말이 있습니다. “땅에 가두다”나 “땅에 갇히다”를 뜻합니다. 이 ‘지옥’이 아주 먼 딴곳에 있다고 잘못 여기는 분이 수두룩한데, 워낙 ‘지구(地球)’를 가리키는 다른 이름이 ‘지옥’입니다. “땅(지구)에 묶여서 하늘(우주)로 못 나간다”는 속뜻입니다. 《우주지옥》은 이미 이 땅에 갇힌 사람들이 하는 짓에 따라서 어떻게 값을 치르는지 사납고 끔찍하고 무섭게 들려주려는 듯싶습니다. 적잖은 이들이 ‘불늪그림(지옥도)’을 선보이곤 하는데, 여러모로 보면 다 뻥이라고 느낍니다. ‘불늪그림’은 이 별에 갇힌 사람들이 짜릿하게 노닥거리려고 벌이는 얼뜬짓이거든요. 이른바 ‘뽕(마약)’을 먹고, 총칼로 싸우며 죽이고, 모질게 괴롭히고, 마구 때리거나 밟는 모든 짓이 불늪인 ‘지구생활’입니다. 그림책 《우주지옥》에는 ‘고기지옥’도 나오는데, 왜 ‘채식지옥’은 없을까요? 풀은 목숨이 아닌가요? 더구나 오늘날 서울(도시)에서 하는 ‘풀밥(채식)’이란, “철없이 한겨울에도 상추에 딸기에 수박이 나는, 비닐집에 가둬서 기름을 때고 수돗물만 먹이고 비료와 농약을 듬뿍 치며 푸성귀를 괴롭히는 끔찍짓”으로 거둔 풀을 먹는 일이에요. ‘스마트팜·수경재배’와 ‘밀집사육’이 뭐가 다를까요?


  혀를 뽑거나 불에 달구거나 팔다리를 동강내는 곳은 불늪이 아닌 ‘삶(현실세계)’입니다. 모든 주먹질(학교폭력·사회폭력·성폭력)은 삶(현실)입니다. 뽕을 왜 먹겠습니까. 뽕을 먹어야 ‘난 아직 살았구나’ 하고 여긴다지요. 참말로 ‘불수렁(지옥)’은 아무것도 안 시키고, 아무것도 안 보여주고, 아무것도 들을 수 없습니다. 텅 빈 데가 불바다입니다. 암말도 하면 되고, 어떤 소리도 들으면 안 되며, 그저 게걸스레 퍼먹기만 해야 하는 데가 불구덩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서울에 가서 일하려고 땀을 빼는 모든 분이 ‘지옥철’을 맛봅니다. 이 삶이 바로 지옥입니다. 서울이 바로 지옥입니다. 엉뚱한 그림으로 사람들 마음에 두려움이나 무서움을 심는 그림이란, 우리 스스로 꿈을 잊고 잃으면서 그저 이곳(지구)을 불공(지옥)으로 삼으라고 길들이는 셈입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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