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12.29.
숨은책 1101
《汎友에세이選 64 알랭語錄》
알랭 글
정봉구 옮김
범우사
1977.8.30.
둘레에서 아무도 ‘알랭(Alain/에밀 샤르티에Emile Auguste Chartier 1868∼1951)’을 읽지 않았지만, 어느 날 헌책집에서 조그마한 책을 하나 보았고, 천천히 읽다가 깜짝 놀랍니다. 이처럼 놀랍게 글을 남길 줄 아는 사람이 있다니 찌릿찌릿했고, 헌책집에서 이녁 책이 보일 적마다 더 사서 ‘사범대 또래나 뒷내기’한테 건네었어요. 1994년부터 2007년까지 이렇게 책드림을 하다가 그만두었어요. 다들 처음 듣는 이름이라 했으나, 이녁 책을 읽고서 “웬만한 교육학 전공책보다 훨씬 낫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우리나라는 1951년에 숨진 ‘알랭’ 님한테 글몫(저작권)을 0원 치렀지 싶습니다. 여러 펴냄터에서 갖은 책을 제법 냈고, 2025년에 또 새옷을 입기도 합니다만, 어쩐지 ‘배움글(교육론)’은 가뭇없이 잊히고 ‘기쁨글(행복론)’만 찍는 듯하군요. 배움길을 다루건 기쁨길을 짚건 믿음길을 톺아보건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배우기에 기쁘고, 기쁘기에 빛을 보며, 빛을 보기에 배웁니다. 셋은 나란합니다. 2026년부터는 나라에서 ‘꾸밈머리(ai)’에 돈을 억수로 쏟아부을 텐데, 아무리 꾸밈머리를 잘 쓰더라도, ‘삶을 차곡차곡 종이에 담아서 책으로 묶는 작은일꾼’이 먼저 널리 있어야 합니다. 발바닥과 손바닥으로 삶에서 길어올린 열매가 있어야 씨앗을 심어 두루 나누거든요. 삶과 살림을 짓는 수수한 글 한 줄부터 읽고 쓰고 나누는 나라여야 참다이 별 한 톨로 돋습니다.
- 충무서적
사람들이란 제마다 자기가 원하는 바로 그만큼 총명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나에게 밀려왔다. (89쪽)
만약에 내가 초등교육국장이었다고 한다면 나는 유일한 목표로서 모든 프랑스인들에게 책읽기를 가르치도록 꾀할 것이다. 쓰기와 계산하기도 마찬가지라고 역시 말하고 싶지만, 그것들은 모두 혼자서 저절로 되게 마련이다. 나는 읽을 줄을 모르면서도 썩 잘 계산할 줄 아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진정한 곤란성은, 그것은 읽기를 배우는 일이다. 물리나 과학이나 역사나 또는 윤리 공부를 말할 것 같으면, 그것들은 우선 물리라든지 과학이라든지 역사라든지 또는 윤리라는 것을 읽을 수 있는 상태고 만들어놓지 않고서는 정말로 우스꽝스러운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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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語錄》(알랭/정봉구 옮김, 범우사, 1977)
여기에서 제시되기 마련인 질서란 융통성없고 서먹서먹한 질서이다
→ 여기에서 내놓게 마련인 틀이란 갑갑하고 서먹서먹하다
→ 여기에서 꾀하게 마련인 밑틀이란 억누르고 서먹서먹하다
→ 여기에서 보이게 마련인 얼개란 억누르고 서먹서먹하다
84쪽
내가 말하는 것은 목독(目讀)하는 일이다
→ 나는 눈읽기를 말한다
→ 나는 가만읽기를 말한다
→ 나는 속읽기를 말한다
9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