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12.27.
숨은책 965
《엄마, 내향인, 프리랜서》
김민채 글
취미는독서
2023.7.7.
누구나 ‘쓰며’ 살아갑니다. 하루를 쓰고, 손을 쓰고, 마음을 쓰고, 머리를 쓰고, 살림을 씁니다. 때로는 글을 쓰고, 노래를 쓰고, 이야기를 씁니다. 쓰는 모든 살림과 길은 들숲메바다한테서 옵니다. 우리가 쓰는 살림은 쓰레기로 남되, 흙에 깃들 수 있으면 거름을 거쳐서 새흙으로 돌아갑니다. 차곡차곡 쓸어서 들숲메바다한테 돌려주는 얼거리입니다. 말씨하고 글씨도 돌고돌아요. 거칠게 뱉는 말씨글씨도, 배우려고 읊는 말씨글씨도, 생각없이 쓰는 말씨글씨도, 마음담아 나누는 말씨글씨도, 그야말로 씨앗이기에 이 별을 가만히 돌아서 우리한테 스밉니다. 《엄마, 내향인, 프리랜서》는 부산을 거쳐서 순천에 자리잡은 마을책집 〈취미는 독서〉 지기님이 적바림한 쪽글을 그러모읍니다. 이 작은책은 〈취미는 독서〉로 책집마실을 하면 만날 만합니다. 글지기이면서 엄마이고 속으로 옹크리는 손길인 사람으로서 살아낸 나날을 풀어놓습니다. 누구나 다 다르게 이름이 있습니다. 낳지 않더라도 어느새 어른 자리에 서고, 낳으면서 어버이 자리로 거듭나고, 어질게 살림을 짓는 동안 한어버이(하늘어버이)라는 ‘할머니·할아버지’ 같은 자리로 잇습니다.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붓을 쥐고 쓰는 길이 다릅니다. 마음쓰기란 살림쓰기입니다.
ㅍㄹㄴ
《엄마, 내향인, 프리랜서》(김민채, 취미는독서, 2023)
편지를 주고받는 친구 R이 있다
→ 글을 주고받는 동무 ㄹ이 있다
→ 글월을 주고받는 동무가 있다
8쪽
가장 귀여운 편지지를 골라서 펜을 들었다
→ 가장 귀여운 글종이를 골라서 붓을 든다
→ 가장 귀여운 글월종이를 골라 붓을 든다
8쪽
프리랜서로 책을 만들고
→ 나래짓으로 챆을 묶고
→ 혼자서 책을 짓고
→ 바람새로 책을 여미고
9쪽
하루치 노동의 막이 올랐다
→ 하루치 일길을 올린다
→ 하루치 일감을 연다
→ 하루치 일을 잡는다
13쪽
둘째까지 등원하니 자연스럽게 나에게 시간이 더 생기고
→ 둘째까지 나가니 저절로 느긋하고
→ 둘째까지 가니 어느덧 널널하고
13쪽
남편이 육아휴직을 했던 3년 동안
→ 곁님이 아기쉼을 하던 세 해에
→ 짝꿍이 아기짬을 낸 세 해 동안
14쪽
일요일은 다 같이 시간을 보내는 가족의 날이라
→ 해날은 다같이 하루를 보내는 한지붕날이라
→ 해날은 다같이 보내는 우리집날이라
17쪽
배달 음식을 먹이고 싶지 않아서
→ 나름밥을 먹이고 싶지 않아서
→ 부름밥을 먹이고 싶지 않아서
22쪽
엄마의 영정을 들어올린다
→ 엄마 꽃낯을 들어올린다
→ 엄마 끝낯을 들어올린다
23쪽
사과를 깎고 달걀프라이를 부치고
→ 능금을 깎고 달걀을 부치고
→ 능금을 깎고 달걀부침을 하고
28쪽
시간이 허한다면
→ 짬이 된다면
→ 틈이 있다면
30쪽
종종 실용적인 정보와 인사이트를 전해주는 한 사람만 남겼다
→ 이따금 알차고 눈밝게 들려주는 한 사람만 남겼다
→ 가끔 알뜰하고 환하게 얘기하는 한 사람만 남겼다
33쪽
퇴근 후 아이들을 하원시키고
→ 일마치고 아이들을 데려오고
→ 일끝나고 아이들이 돌아오고
34쪽
광이 날 만큼 부엌을 닦고
→ 빛이 날 만큼 부엌을 닦고
→ 반짝일 만큼 부엌을 닦고
36쪽
생리혈이 첫 하루 이틀 사이 왕창 쏟아지는 식으로
→ 달거리가 첫 하루이틀 사이 왕창 쏟아지며
→ 달꽃이 첫 하루이틀 사이 왕창 쏟아지면서
41쪽
모두가 바디 프로필을 찍어도 그건 내 세상의 일이 아니고
→ 모두가 몸매를 찍어도 내 일이 아니고
→ 모두가 몸집을 찍어도 나하고 멀고
→ 모두가 몸빛을 찍어도 나랑 동떨어지고
43쪽
성인 여자들만 사는 친구들 집에서 2막을 지내고 왔다
→ 어른순이만 사는 동무집에서 다음판을 지내고 왔다
→ 아줌마끼리 사는 동무집에서 둘쨋판을 지내고 왔다
45쪽
내 몫의 보디 로션이 생겼다
→ 내 몫으로 살결물이 생겼다
→ 내가 쓸 살결물이 생겼다
48쪽
건강검진을 받았다
→ 몸살피기를 받았다
→ 몸을 살폈다
51쪽
타고난 내향인인 나는 말하는 게 힘들다
→ 타고난 잠잠이인 나는 말하기가 힘들다
→ 타고난 얌전이인 나는 말이 힘들다
66쪽
그게 엄마인 나의 말하는 의무다
→ 엄마인 나는 이렇게 말한다
→ 나는 엄마로서 이처럼 말한다
68쪽
아이는 언어술사, 똘똘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만큼
→ 아이는 말솜씨, 똘똘이라는 이름을 얻을 만큼
→ 아이는 입심, 똘똘이라는 덧이름을 얻을 만큼
68쪽
수족구병手足口病에 감염됐다고 한다
→ 거품앓이에 옮았다고 한다
→ 물집앓이가 퍼졌다고 한다
73쪽
요샛말로 탈脫서울이라 표현하면 될까
→ 요샛말로 서울벗기라 하면 될까
→ 요샛말로 서울나가기라 하면 될까
14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