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오늘도



  오늘(2025.12.12.)도 열일을 하러 벡스코에 가야 한다. 다만, 오늘은 수정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를 만나고서 움직인다. 열 살이라는 나이란, 열어젖히면서 새길을 열듯 스스로 배우고 익히는 무렵이다. 빛나는 철이요, 엄마아빠가 늘 곁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노래할 때이기도 하다.


  예부터 “열 해이면 들숲이 바뀐다”고 여긴다. 바로 이맘때는 ‘소꿉’을 ‘살림’으로 지피는 수수께끼를 조금씩 알아보면서 치분히 눈뜬다고 여긴다. 아직 아이라고 하되 스스로 짓고 돌보면서 놀이로 노래하는 길을 맞물린다고 할 수 있다. 이무렵에는 “눈을 틔우는 말씨”하고 “귀와 입을 여는 손씨(솜씨)”에다가 “사랑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라는 빛씨”를 한몸으로 녹인다고 느낀다.


  이제는 어린배움터가 따로 있으니, 철드는 길에서 살림짓기를 익히기는 안 쉬울 수 있다. 어린배움터와 푸른배움터는 ‘살림짓는 길을 함께 익히기’보다는 ‘불굿(입시지옥)’으로 달려가는 틀에서 못 벗어난다. 그렇지만 밥 한 그릇과 옷 한 벌에도 마음빛을 담는 실마리를 살며시 보여주면서 북돋우면 된다. 배움책(교과서)을 쓰되, 곁책(교과서 아닌 아름다운 책)을 어린이와 푸름이한테 들려주고서 함께 읽으면 된다. ‘높은학년’이나 ‘예비 입시생’ 같은 이름이 아닌, “‘철빛’을 품고서 푸르게 피어날 어린씨와 푸른씨”인 줄 헤아리면서 품고 푸는 길동무이자 길어른으로 어울리면 서로 즐겁다.


  어린배움터에서 이야기꽃을 마치고서 전철로 움직이는데, 옹알옹알 말꼬를 트는 아기를 안은 어머니 한 분이 있다. 아기는 말꼬를 트면서 엄마아빠랑 수다를 떨 수 있다고 느껴서 즐겁다. 엄마도 아빠도 아기랑 수다를 떨며 즐겁다면 온집이 반짝이겠지. 온집뿐 아니라 길거리에서도, 탈거리(버스·전철)에서도, 서울 한복판이나 시골 한켠에서도 내내 즐거울 만하다.


  집(건물)과 길(버스 전철)마다 후끈후끈하다. 긴소매 윗옷을 벗는다. 짧소매 윗옷 한 벌만 걸친 차림으로 걷는다. 겨울은 신나게 추워야 할 노릇인데, 안 추운 겨울이다. 우리는 좀 얇게 입고 다녀야지 싶다. 우리는 기름을 좀 덜 때야지 싶다. 우리는 좀 걸어다녀야지 싶다. 우리는 좀 쇠(자동차)를 내려놓고서 두다리로 일하러 다니고 이웃을 만나야지 싶다.


  오늘도 걸으면서 읽고 쓴다. 어린이한테 건네려고 어제오늘은 넉줄노래를 예순 꼭지 미리 썼다. 밝게 웃고 떠드는 어린씨하고 나눈 말씨를 곱씹는다. 들려주기에 들을 수 있고, 듣기에 들려주며 배운다. 아, 이제 하품이 나온다. 저녁까지 애써야 할 텐데 기지개 좀 켜자. 나는 눈에 불을 켜지 않는다. 나는 눈에 별이 돋도록 천천히 걸으면서 읽고 쓴다. 2025.12.12.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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