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학교에 없는 2025.12.7.해.
학교라는 이름이 붙으려면, 살림길을 나란히 배우고 가르치고 나누면서, 스스로 “배움터 곁”을 보금자리로 삼아서 마을을 일굴 수 있어야 한단다. 배움터는 “저 멀리 떠나보내려”는 곳이 아니야. 바로 배움터 곁이 살림터인 줄 알리고 들려주고 익히는 터전일 노릇이야. 아이가 많이 있기에 뚝딱뚝딱 학교를 올리곤 하지? 그런 곳은 허울만 학교야. 아이들이 자라서 그곳(그 학교)을 마치면 저곳(다른 학교)으로 가야 하거나, 먼 다른 마을로 일자리를 찾는다면, ‘무늬배움터’인 셈이야. 온누리 모든 아이는 “어버이랑 한집에서 나란히 살아가며 살림하는 사랑을 누릴 뜻”으로 태어난단다. 가멸집이건 가난집이건 대수롭지 않아. 어느 집에서건 차분히 새롭게 살림을 지으면 되거든. 가멸집에서 태어나기에, 가멸찬 살림을 돌보며 나누는 길을 익힌단다. 가난집에서 태어나기에, 가난한 살림을 북돋우면서 이웃한테서 받는 보람을 익히지. 받아들이는 넉넉한 품이 있기에 베푸는 손이 있단다. 베풀기만 할 수 없어. 베풀 수 있으려면 기꺼이 받을 이웃이 사랑스레 있어야 하지. 넌 알겠니? ‘구호·봉사·기부·자선’은 몽땅 헛짓이야. 왜 헛짓이겠어? 받는 품인 가난집이야말로 모두 하느님이거든. 받을 사람이 없이 어찌 베푸니? 흔히들 ‘베풂손’을 높이 여기고 추켜세우는데, 받든 주든 나란할 노릇이고, ‘주는손’으로 서려면 “무릎 꿇고서 모셔”야 해. 잘 보렴. 넌 아기한테 어떻게 베풀거나 주니? 넌 어린이랑 푸름이한테 어떻게 주거나 베푸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