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별 문학동네 동시집 19
송찬호 지음, 소복이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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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12.25.

노래책시렁 527


《저녁별》

 송찬호 글

 소복이 그림

 문학동네

 2011.7.25.



  시골에서 살더라도 들숲메바다를 다 바라보거나 받아안지는 않습니다. 서울에서 살지만 들꽃과 나무를 품으면서 조용히 골목집을 돌보는 분이 있습니다. 시골집을 누리되 별을 멀리하면서 불빛이 환한 집이 있습니다. 서울에 깃들어도 불빛이 적은 기스락에서 호젓이 지내며 오래오래 즐거이 걷는 분이 있습니다. 저녁별을 보려면 낮구름을 보아야 하고, 풀꽃나무가 햇볕을 넉넉히 누려야 합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살림일 적에 밤낮을 푸르게 가꿉니다. 《저녁별》을 읽으며 내내 아리송했습니다. “침처럼 드럽게(13쪽)”는 뭔 소리이지요? 어떻게 침이 더러울까요? 난데없이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22쪽)”는 왜 튀어나오나요? 멧돼지가 “사진도 찍고 뒹굴고(43쪽)” 한다니, 마치 사람처럼 엉뚱하게 쳐다봅니다. 멧돼지가 살아갈 땅을 자꾸 잡아먹으면서 멧돼지한테 고개숙일 줄 모른다면 노래로 나아가지 못 합니다. 겨울잠에 들 곰이 “허리 재기(80쪽)”는 왜 하나요? 살빼기를 에둘러 나무라려는, 또는 우스개로 바꾸려는 글재주는 하염없이 가볍습니다. 날개를 단 새처럼 바람을 탈 만큼 가벼운 글결이 아니라, 날개흉내로 하늘을 난다고 꾸미는 겉치레라서 가벼워요. 구경하면서 멋부리고 치레하고 웃어넘기는 꾸밈글은 내려놓기를 빕니다. 그저 시골을 그리고, 논밭을 말하고, 풀꽃나무와 들숲메바다를 얘기하면 됩니다.


ㅍㄹㄴ


수박을 먹고 / 수박씨를 뱉을 땐 / 침처럼 드럽게 / 퉤, 하고 뱉지 말자 (수박씨를 뱉을 땐/13쪽)


미국 메이저리그 / 야구 경기를 보는데 / 콧수염을 기른 감독이 / 엄청나게 / 해바라기씨를 / 까먹어 댄다 // 엄청 초조한가 보다 / 저렇게 쉬지 않고 / 까먹어 대면 / 해바라기씨도 엄청 들겠다 (해바라기씨/22쪽)


골짜기 너머 / 고구마밭을 / 멧돼지들이 다 파헤쳐 놓았다 // 엄마가 말했다. 내년에 여기다 / 메밀을 심어야겠다 / 메밀은 멧돼지들한테 먹을 게 못 되니 / 지들도 어쩌지 못할 거다 … 그런데, 멧돼지들이 / 메밀꽃을 좋아하면 어떡하지? // 하얗게 핀 / 메밀밭에 들어가 / 사진도 찍고 뒹굴고 놀면 어떡하지? (어떡하지?/42, 43쪽)


겨울잠을 자기 위해 / 도토리를 먹고 / 얼마나 살을 찌웠는지 / 반달곰 허리를 재어 보는 날 (반달곰 시험 보는 날/80쪽)


+


《저녁별》(송찬호·소복이, 문학동네, 2011)


붕― 붕― 큰 소리를 내면서

→ 붕! 붕! 큰소리를 내면서

→ 부웅 부웅 큰소리 내면서

37쪽


쪼끄만 꽁지를 가진 굴뚝새

→ 쪼끄만 꽁지인 굴뚝새

→ 꽁지가 쪼끄만 굴뚝새

→ 굴뚝새는 꽁지가 쪼끄맣고

38쪽


심심해진 나도 그냥

→ 심심한 나도 그냥

40쪽


겨울잠을 자기 위해 도토리를 먹고

→ 겨울잠을 자려고 도토리를 먹고

→ 겨울에 자려고 도토리를 먹고

80쪽


도토리 백 개만 더 달라고 조르는 중이다

→ 도토리 온 알만 더 달라고 조른다

→ 도토리 온 톨만 더 달라고 조른다

80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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