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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빛 ㅣ Dear 그림책
문지나 지음 / 사계절 / 2025년 12월
평점 :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2.24.
그림책시렁 1704
《겨울빛》
문지나
사계절
2025.12.15.
그림책은 어린이만 읽지 않습니다. 푸름이도 읽고, 스물∼서른 살 젊은이나 마흔∼쉰 살 아저씨와 아줌마도 읽고, 할매할배도 읽습니다. 참으로 그림책은 ‘누구나책’입니다. 얼뜨거나 엉큼하거나 사나운 줄거리와 붓질과 글결을 모두 털어내고서, ‘스스로빛(스스로 누구나 하느님)’인 줄 알아보는 길동무책입니다. 그런데 ‘누구나책’이 아닌 ‘어른끼리책’이나 ‘순이끼리책’으로 붓놀림을 펴는 그림책이 부쩍 늘어납니다. 이런 그림책을 내도 되지요. 그림이건 글이건 저마다 다르게 짓는 삶을 그릴 뿐이니까요. 《겨울빛》은 ‘어른끼리책’이나 ‘순이끼리책’이라 할 만합니다. 여기에 하나를 보탠다면 ‘서울내기책’입니다. ‘서울에서 돈을 벌며 작은집을 꿈꾸는 어른순이끼리 보는 책’이라고 말할 만합니다. 서울살이가 워낙 고될 뿐 아니라, 순이한테 더더욱 고달프기에 ‘서울어른순이 그림책’이 틀림없이 나올 만합니다. 그렇다면 짚어 봐야지요. 서울살이가 왜 고될까요? 서울은 어깨동무를 하는 데일까요? 서울에는 쇠(자동차)와 재(아파트)가 왜 그리 빽빽할까요? 서울은 왜 들꽃 한 송이가 필 틈바구니조차 없을까요? 그냥그냥 서울에 눌러앉아서 “나 힘들어! 나 달래줘! 나 쉴래!” 하는 얼거리로만 붓을 놀린다면, ‘서울어른순이’한테부터 썩 이바지를 못 한다고 느낍니다. ‘서울살이’가 아닌 ‘사람살이’를 바라보고 받아들이면서 바람빛과 바다빛으로 바꾸면 되어요. ‘서울에서 버티기’가 아닌 ‘보금자리를 푸른숲으로 가꾸는 하루’를 그리면 되어요.
+
그림책 《겨울빛》은 두바퀴(자전거)를 잘못 그렸습니다. 손가락만큼 작은 불은 이 그림처럼 눈부시게 못 비추고, 노란불이지도 않습니다. 두바퀴를 탈 적에 목도리는 질끈 매야 해요. 이 그림처럼 나풀거리면 쉽게 풀릴 뿐 아니라, 어깨나 사슬이나 다리에 걸려서 자빠질 수 있습니다. 또한 발판굴림이 엉성해요. 발판은 이 그림처럼 굴리지 않습니다. 두바퀴를 그리려면 ‘두바퀴’를 그릴 노릇입니다. 겨울빛을 그리려면 ‘서울놀이’가 아닌 ‘겨울’과 ‘빛’을 그려야지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