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자판기 자판기 그림책
조경희 지음 / 노란돼지 / 202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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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2.24.

그림책시렁 1705


《친구 자판기》

 조경희

 노란돼지

 2025.6.16.



  요즈음 어린이도 손수판(자판기)을 쓰나 하고 갸우뚱하다가, 혼가게(무인점포)는 손수판인 셈이니까 늘 쓰겠다고 느낍니다. 누구한테 묻지 않아도 되고, 누가 보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아도 되니, 손수판을 톡톡 누르면 무엇이든 다 나온다고 여길 수 있겠지요. 《친구 자판기》는 늘 죽이 맞던 동무하고 싸우고서 토라진 아이가 혼자는 심심하니까 ‘같이 놀 짝’을 찾는 줄거리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어긋난 줄거리예요. 동무란 “나하고 놀아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동무란, 이 낱말 얼거리처럼 “동그라미처럼 동글동글하게 어울리면서 서로 돕고 돌아볼 줄 아는 사이”를 가리킵니다. 늘 “나하고 놀아주어야 한다”면 동무가 아니라 ‘심부름꾼’이자 ‘종’이나 ‘귀염이(애완동물)’입니다. 손수판(자판기)이란 우리가 돈만 내면 척척 다 해주는, 돈으로 시킬 수 있는 길입니다. 동무는 나랑 놀아주어야 하니까 돈으로 사겠다고 하는 얼뜬 늪을 보여주는 셈인데, 토라진 나랑 너는 갑작스럽게 응어리를 풀고서 다시 어울린다고 끝을 맺는 그림책이에요. 토라지기도 빠르고, 풀기도 빠르군요. 이런 줄거리가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막상 어린이한테 무엇을 보여줄 만한지 모르겠습니다. 동무하고 ‘돌아보기·돕기’를 못 했다면, 먼저 차분히 스스로 되새기는 틈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서로 다시 만나서 앙금을 풀기까지 ‘동무란 무엇일까?’를 헤아려야 맞지 않을까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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