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덕 선생님
이오덕 원작, 박건웅 만화 / 고인돌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2.24.

만화책시렁 794


《이오덕 선생님》

 이오덕 글

 박건웅 그림

 고인돌

 2016.9.15.



  1925년에 태어난 이오덕 님이기에 2025년은 ‘태어난 100돌’입니다. ‘온돌’인 줄 뒤늦게 알았고, 이모저모 여러 책을 곰곰이 되읽었습니다. 박건웅 님이 그림을 곁들인 《이오덕 선생님》도 되읽었습니다. 여러모로 애써서 낸 그림꽃이라고는 느끼되, 자꾸자꾸 아쉽습니다. 끄트머리에 ‘권정생을 만난 날’을 조금 붙였되 너무 어설프고, ‘목소리’를 따라가느라 바쁜 나머지 이오덕 님이 남긴 글로 채우다가 끝나는구나 싶더군요. 이오덕 님이 으레 들려준 말로 “내가 무슨 선생 노릇을 했다고”고 있어요. 권정생 님은 비슷하게 “나를 동화작가라고 여기는데, 동화작가는 대단하지 않아요.” 같은 말을 으레 들려주었습니다. 이 그림꽃은 《이오덕 선생님》이라는 이름이 아닌 “이오덕 어른”이나 “작은어른 이오덕”이나 “작은이 이오덕”쯤으로 붙이면서 줄거리를 풀어내야 어울린다고 느낍니다. 또는 “작은새 이오덕”이나 “작은멧새 이오덕”이라 하면 되지요. 멧골에서 나고자라며 멧자락에서 멧노래를 부르는 작은새처럼, 작은아이 곁에서 나란히 살림하는 작은어른이기를 바란 이오덕 님이니까요. 이오덕 님이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를 거치는 동안 아슬아슬 살아남으면서 아이곁을 지킨 대목을 우러르는 일은 안 나쁩니다. 그러나 ‘우러르’지 말고, 같이 길을 가면 됩니다. 작은어른은 모든 젊은이가 이녁하고 길동무로 함께 걸어가기를 바랐으니까요.


ㅍㄹㄴ


내일 아침이면 또다시 온갖 희망과 슬픔을 안고 60여 명의 어린 생명들이 이곳을 찾아올 것입니다. 교사라는 위치가 새삼 두려워집니다 … 이렇게 괴로운 시대에 내가 어처구니없는 기계가 되어 어린 생명을 짓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 나갈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세계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요? (24, 25쪽)


아, 이 아이는 여름 내내 그 먹고 싶은 수박 한 조각을 못 먹어 본 것입니다. (69쪽)


나는 학교로 돌아가야 했지만 신 잃은 아이가 걱정하는 걸 생각하니 같이 데리고 집에까지 가서 얘기해 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보통 집에 가면 “오냐, 다시는 그러지 마라. 괜찮다!” 이렇게 말하는 부모는 이런 농촌에는 결코 없을 것입니다. (81쪽)


옛날 사람들은 별을 쳐다보고 온갖 아름다운 얘기를 하면서 살았는데 요새 사람들은 별을 쳐다볼 시간도 마음도 없이 살아간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리다가 밤이면 곧 드러누워 자야 한다. 장사하는 사람들도 밤에도 제정신을 가질 수 없다. (84쪽)


사람들은 모두 잘살아 보자는 꿈을 가지고 있는데, 이 잘산다는 것은 편리하고 편안한 삶을 말한다. 될 수 있는 대로 몸을 움직여 일하는 것은 적게 하고 가만히 앉아서, 온갖 보고 싶은 것은 다 보고, 듣고 싶은 것 다 듣고, 입고 싶은 것 다 입고, 먹고 싶은 것 다 먹는 것이 꿈입니다. 편안하게 앉아서 온 세상 구경도 다 하고 싶어합니다. (152쪽)


+


《이오덕 선생님》(이오덕·박건웅, 고인돌, 2016)


펜을 들으면 망망대해에서 쪽배를 띄운 심정이었습니다

→ 붓을 들면 한바다에 쪽배를 띄운 듯했습니다

→ 붓을 들면 허허바다에 쪽배를 띄운 듯싶었습니다

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