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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츠바랑! 16
아즈마 키요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10월
평점 :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2.23.
다른, 아무, 수수
《요츠바랑! 16》
아즈마 키요히코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5.10.20.
한자말로 ‘별것·무용·무의미·잡다’로 가리키는 삶이란, 우리말로 ‘다르다·작다·값싸다·수수하다’라 할 만합니다. 남들처럼 안 하기에 남하고 ‘다르’게 마련입니다. 큰일과 큰돈과 큰이름과 큰이름을 좇노라면 ‘작은’ 곳을 놓치거나 지나치거나 멀리하면서 오늘을 등집니다. 쓸모가 있거나 많아야 한다고 여기고, 값이 있거나 높아야 한다고 보느라, 굳이 값으로 치지 않는 살림이나 일을 잊습니다. 보기좋은 쪽으로 꾸미려고 하기에, ‘수수’한 풀꽃나무와 들숲메바다를 못 보기 일쑤이고요.
아이는 얼핏 보기에 ‘몸이 작’을 테고, 어른은 그냥그냥 보면 ‘몸이 클’ 테지요. 그렇지만 아이하고 어른은 나란히 ‘사람’입니다. 나이와 몸과 힘이 다를 뿐, 저마다 고스란히 빛나는 사람이에요. 어떤 아이라도, 어느 어른이라도, 그저 ‘사람 하나’로 바라보는 눈길이라면, 크기·높낮이·값어치가 아닌 숨결과 빛과 사랑을 받아들인다고 느낍니다.
《요츠바랑! 16》을 읽고서 우리집 아이들한테 건넵니다. 언뜻선뜻 본다면 ‘아이스러운 말씨와 몸짓’을 다루는 줄거리이지만, 거의 스무 해에 걸쳐 지켜보는 바로는 ‘귀염귀염 아이 말씨와 몸짓’에서 쳇바퀴를 도는구나 싶습니다. 똑같이 틀에 박히는 아이가 아닌, ‘너랑 나랑 다른’ 아이가 마음껏 노는 얼거리를 자꾸 잊는 듯합니다. ‘아무 뜻’이 없이 하는 아이 말씨나 몸짓이 아니라, ‘스스로 새롭게’ 뜻을 느끼고 누리면서 나누는 아이 말씨하고 몸짓도 어쩐지 잃어가는 줄거리이지 싶습니다.
아이어른은 누구나 수수합니다. 누구나 수수하기에 저마다 다르게 숲입니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녀야 하지 않고, 어른은 아이곁에서 살림을 지으면 됩니다. 나이가 차기에 다녀야 하는 배움터(학교)가 아니라, ‘다른 동무’를 마주하고 ‘다른 삶’을 느끼려는 뜻으로 다니면 될 배움터입니다.
《요츠바랑!》 열여섯걸음 10∼13쪽에 나오는 ‘두바퀴 달리는 발놀림’은 꽤 잘 그립니다. 《요츠바랑!》뿐 아니라 웬만한 일본 그림꽃은 ‘두바퀴’를 거의 그대로 그릴 줄 압니다. 우리나라는 그림꽃도 그림책도 두바퀴를 너무 어처구니없이 그리고 말아요. 다만, 10∼13쪽에 나오는 ‘두바퀴 발놀림’은 잘 담았되, 자리(안장)하고 두바퀴 높이하고 아이 키는 영 안 맞습니다. 아이가 걸으면서 두바퀴를 끄는 그림을 본다면 두바퀴는 아이한테 안 작아야 맞으나, 아이가 막상 두바퀴에 앉으면 어쩐지 두바퀴가 너무 작아 보여요. 으레 두바퀴를 달리더라도, 아이가 두바퀴를 달리는 모습을 지켜보더라도, ‘두바퀴와 몸과 키와 다리와 발판과 자리’가 어떻게 맞물리는지 찬찬히 짚지 않으면, 이 그림이 어떻게 안 어울리는지 못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남을 따라가려고 하니 “남하고 같아 보일”는지 모르지만, 삶이라는 즐거운 빛은 없게 마련이에요. 남이 아닌 나를 가만히 바라볼 적에는, 언제나 남하고 다르기에 얼핏 누가 나를 따돌리거나 괴롭히거나 밀어댈 수 있더라도, 우리는 늘 스스로 새롭게 피어나면서 노래합니다. 남(사회)은 꽃과 나무한테도 값을 매겨서 사고팝니다만, 비싼 꽃이나 나무라서 향긋하거나 곱지 않아요. 모든 꽃과 나무는 다 다른 철에 다 다르게 피고지면서 다 다르게 곱습니다.
여러모로 보면 ‘빛’에는 크기가 없습니다. 사랑에는 높낮이가 없습니다. 사람뿐 아니라 뭇숨결한테 값(돈)을 매길 수 없습니다. 오늘날 바깥(사회·학교·정부)은 자꾸 값과 돈으로 매기려 하지만, 품(보금자리)이라는 곳은 늘 빛과 사랑과 사람을 바라보는 얼거리이지 싶습니다. 오늘 이곳을 가만히 마주하고 받아들이고 배우고 누리고 나누기에, 씨앗 한 톨이 찬찬히 싹트고 깨어나면서 푸른숲으로 나아간다고 느껴요.
《요츠바랑!》을 그리는 분은 이제 쥐어짜듯 겨우겨우 한 꼭지를 그려낸다고 들었습니다. 아이곁에서 날마다 피어나는 ‘작고 수수한 하루살림’을 더는 모르겠거나 그림감을 못 찾겠다면, 이만 끝을 내기를 바라요. 질질 끌어도 잘팔리니까 억지로 뽑아내려고 할 수 있을 텐데, 이러면 이럴수록 ‘요츠바랑’에 오히려 ‘요츠바는 없는’ 쳇바퀴만 이어가고 맙니다.
ㅍㄹㄴ
“봐봐! 보조 바퀴 떼니까 자전거 무지 조용히 간다! 시잉 하고 가! 아빠 봐봐―! 씨잉― 하고! 요츠바 닌자 같아?” (12쪽)
“아아, 보조 바퀴 떼었구나. 제법인데, 요츠바.” “응, 이제 언니니까. 자전거 다리 달아주세요!” “그래, 좋지. 그럼 당장 달아 보자.” “서두를 필요 없으니까 차근차근 달아줘.” “배려해 줘서 고맙다.” (20쪽)
“그럼 이 트리 장식은 요치바한테 맡겨야겠다.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어.” “장식하는 동안 아빠는 코타츠에 들어가 있는 사람 할게.” (30쪽)
“이미 산에 와버렸으니까 싸워도 돼.” “그럼 산타 할아버지가 어떻게 생각하실까.” (102쪽)
“요츠바는 등산이 무지 좋은 것 같기도―?” “산이 어디가 좋은데?” “나무가 잔뜩 있고, 뿌리가 무지 많고, 걷기 불편한 계단도 있고, 쓰러진 나무도 있고.” (165쪽)
“저건 무슨 새야?” “아, 미안, 모르겠다.” “이 나무는 무슨 나무야?” “미안, 모르겠다.”“아빠! 저거 봐봐! 저건 백할미새야! 잰 뛰어다녀! 막 뛰어다녀!” “대단하다, 요츠바. 잘 아네. 저번에 할머니가 가르쳐 줬어!” (211쪽)
“선생님은 혼내? 적이야?” “못되게 안 굴면 혼 안 내.” “아냐, 금방 혼내는 선생님도 있어.” “요츠바는 착하게 굴겠습니다.” (222쪽)
“학교는 이런 걸 가르쳐 주는구나―. 선생님은 뭐든지 가르쳐 주는 건가?” “그렇데이. 뭐든지 다 갈쳐주꾸마.” “선생님은 꼭 할머니 같다.” “응? 우째서?” (239쪽)
#よつばと! #あずまきよひこ #淫魔の亂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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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츠바랑! 16》(아즈마 키요히코/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5)
트리 안 세우는 파세요?
→ 섣달나무 안 세우세요?
→ 나무 안 세우는 쪽?
23쪽
장식하는 동안 아빠는 코타츠에 들어가 있는 사람 할게
→ 꾸미는 동안 아빠는 따뜻자리에 들어간 사람 할게
→ 드리우는 동안에 아빠는 포근칸에 있는 사람 할게
30쪽
우리 집에서 집합이다
→ 우리 집에서 모인다
→ 우리 집에서 간다
78쪽
수원지라 그런가 보네
→ 샘터라 그런가 보네
→ 샘줄기라 그런가 보네
111쪽
1번 길이랑 합류하니까 사람이 엄청 많아졌네요
→ 첫쨋길이랑 만나니까 사람이 엄청 느네요
→ 첫길이랑 섞이니까 사람이 엄청 늘어요
14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