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풀벌레를 생각하며 (2025.9.29.)
― 서울 〈악어책방〉
배우려고 한다면 한참 눈여겨보고 귀담아듣습니다. 배우려고 하기에 두고두고 지켜보고 귀여겨들어요. 배운 바를 익힐 마음이니 살펴보고 귀기울이는데, 배울 적마다 기쁜 터라 날마다 새록새록 익힙니다. 잊는 분이 차츰 늘어나는데 “엄마한테서 배운다”하고 “엄마한테 가르친다”처럼 토씨를 붙입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라 하지요. 배울 적에는 ‘누구·한테·서’ 옵니다. 저기‘에서’ 오고, 저기‘로’ 갑니다. “엄마한테 배운다”라 하면 토씨를 잘못 붙였습니다.
풀벌레가 그득그득 우는 첫가을이 깊어갑니다. 큰길이나 땅밑이라면 풀벌레노래를 하나도 못 들을 뿐 아니라, 무슨 가을노래가 있느냐고 시큰둥할 만합니다만, 마음을 기울이면 시골에서든 서울에서든 온노래를 맞아들인다고 느껴요. 봄에는 봄꽃과 봄나비를 맞이하는 틈을 누릴 노릇이고, 여름에는 여름새를 반기는 겨를을 누릴 일이고, 가을에는 풀벌레노래를 즐길 짬을 낼 노릇이면서, 겨울에는 눈밭에서 뒹구는 하루르 보낼 삶이지 싶어요. 일이 바쁘더라도 봄틈과 여름겨를과 가을짬과 겨울하루를 사뿐히 누릴 수 있는 나라여야지 싶습니다.
엊저녁에 광주에서 고흥으로 돌아와서 살짝 등허리를 펴고서, 새벽바람으로 서울길에 나섭니다. 지난 세 해 동안 부은 목돈(적금)은 드디어 오늘 마치니, 고단한 몸이지만 살짝 기운을 냅니다. 서울에 닿아서 이웃님과 〈신고서점〉으로 책마실을 한 다음에 〈악어책방〉에 깃들어 ‘마음글쓰기’ 모임을 꾸립니다.
웃음으로 피어나는 사랑이 있는 곁에는 으레 눈물로 깨어나는 사랑이 있구나 하고 느껴요. 웃음눈물은 저마다 다르지만 나란히 나아가려는 씨앗으로 마음에 깃드는 이야기로 피어날 테고요. ‘생각’이란, 샘물처럼 새롭고 맑게 솟듯, 우리 스스로 새롭고 맑게 이 삶이 생기기를 바라며 심는 빛씨앗이라 할 만하기에, ‘생각하는’ 오늘이라면 웃음과 눈물을 나란히 추스르며 빛날 수 있습니다.
언제나 오늘 이곳에서 느긋이 하면 차분히 씨앗 한 톨을 심은 삶입니다. 누구나 손수 심은 씨앗대로 머잖아 즐겁게 누리는구나 싶습니다. 누구나 마당집을 누려야 누구나 마당나무에 찾아드는 새를 만나고, 마당풀꽃에 깃드는 풀벌레가 베푸는 노래를 들으면서, 하루를 푸르게 여밀 수 있습니다.
젊음은 나이가 아닌, 스스로 이 삶을 부대끼려는 마음에서 피어나는 몸짓이라고 느껴요. 나이들기만 하고, 나이를 앞세우기만 하는 데에서는, 열 살이건 스무 살이건 예순 살이건 아흔 살이건, 그저 힘(권력)만 있다고 느낍니다. 이 나라 벼슬밭(정치계)이며 글밭(문학계)은 아직 풀내음 없이 잿내음(시멘트)만 가득합니다.
ㅍㄹㄴ
《미래 세대를 위한 민주시민 이야기》(정주진, 철수와영희, 2025.9.18.)
《두 친구 이야기》(안케 드브리스/박정화 옮김, 양철북, 2005.11.18.)
《키친 1》(조주희, 마녀의책장, 2009.10.20.)
《가우디의 바다》(다지마 신지/최시림 옮김, 정신세계사, 1991.10.1.)
《로자 파크스 나의 이야기》(로자 파크스·짐 해스킨스/최성애 옮김, 문예춘추사, 201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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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장》(최나미, 사계절, 2008.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하나다 하토코 글·후쿠다 이와오 그림/이정선 옮김, 키위북스, 2013.8.1.)
《신기한 식물일기》(크리스티나 비외르크 글·레나 안데르손 그림/김석희 옮김, 미래사, 1994.12.10.첫/2016.5.30.26벌)
#Linneaplanterar #ChristinaBjork #LenaAnderson (1985년)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