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0.8.
《달맞이산 너머로 날아간 고등어》
권정생 글, 햇빛출판사, 1985.7.1.
유난히 비가 잦은 한가을 첫머리이다. 긴긴 쉼날에 날이 맑았으면 서울손님이 밤새 여기저기서 불(폭죽)을 터뜨리고 술에 절어서 시끄러웠을 테지. 올해는 이 시끄럼질이 거의 없이 지나간다. 호젓이 조용히 하늘바라기와 구름바라기로 보낸다. 새벽과 아침과 낮과 저녁과 밤에 보는 구름결이 모두 다르면서 놀랍다. 보름달이 대단히 밝은데 별도 나란히 밝다. 낮에는 두바퀴를 몰고서 면소재지에서 과일서껀 여러 가지를 장만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죽은 오소리를 본다. 아까 나올 적에는 못 봤는데, 짧은 사이에 치였구나. 짐승을 치고서 꽁무니를 빼는 쇠(자가용)는 사람을 치고서도 똑같지 않을까? 시골 들길을 얼마나 무시무시하게 달리면 들짐승이 으스러지도록 밟는가? 《달맞이산 너머로 날아간 고등어》를 또 되읽었다. 권정생 님 글로 빚는 그림책이 꾸준히 나오는데, 어쩐지 마음에도 눈에도 안 찬다. ‘권정생 글’이라서 그림책을 낸다고 느낀다. ‘사랑하는 푸른살림’을 다루는 글이라고 여겨서 내는 그림책하고는 멀지 싶다. 찢기도록 앓고 가난하고 굶고 우는 하루를 살아낸 마음으로 붓을 쥘 사람이 있을까? 구름을 타면서 매랑 놀고, 별을 타면서 온누리를 품는 씨앗이라는 마음으로 붓길을 펼 사람이 있을까?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