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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을 이겨 낸 대한국민 이야기 - 살아 있는 민주주의 교과서 ㅣ 너는 나다 - 십대 10
배성호.주수원 지음 / 철수와영희 / 2025년 6월
평점 :
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청소년책 2025.12.20.
푸른책시렁 187
《비상계엄을 이겨낸 대한국민 이야기》
배성호·주수원
철수와영희
2025.6.10.
이른바 ‘스포츠’에는 오직 한 가지를 세웁니다. 바로 ‘타도!’입니다. 한자말 ‘타도(打倒)’는 ‘무찌르다’라는 뜻이고, 깨부수거나 고꾸라뜨리거나 부서뜨린다는, 그러니까 “저쪽을 죽여서 없앤다”는 ‘족치다’를 나타냅니다. 이쪽과 저쪽으로 갈라서 서로 죽일 듯 달려드는 ‘스포츠’이기에, ‘스포츠 관람’을 하는 사람들은 눈을 못 뗍니다. 공을 차든 치든 때리든 넣든,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면서 내내 지켜볼 뿐 아니라, 놀이(스포츠)를 하기 앞서 두근두근하고, 놀이를 마친 뒤에도 왁자지껄하면서, 누가 잘했고 못했는지 하나하나 따집니다. ‘놀이 눈금(스포츠 기록)’을 놓고서 대단하다고 치켜세웁니다.
우리나라 벼슬판(정치계)은 ‘놀이판(스포츠)’하고 똑같습니다. 놀이판은 ‘판’에서만 물어뜯을 듯 싸우지만, 판을 벗어나면 손을 잡고서 웃을 뿐 아니라 동무로 어울립니다. 이 나라 벼슬판을 들여다보면, 믿는이(지지자)가 있는 앞에서는 그야말로 사납말로 삿대질을 하면서 아슬아슬합니다. 그러나 믿는이가 없는 뒤에서는 그야말로 어깨동무합니다. 이쪽을 믿건 저쪽을 믿건 ‘놀이판 구경’을 하는 마음인 사람들이요, 이쪽이 밀리거나 저쪽이 밀리면 우르르 몰리고 쏠리면서 안타까워할 뿐 아니라, 믿는이 스스로 삿대질과 사납말을 쏟아냅니다.
놀이판에서 뛰는 이는 사람들(관중·팬)이 지켜보면서 치르는 돈으로 억수로 잘삽니다. 놀이판에 흘러드는 돈은 엄청납니다. 벼슬판도 이와 같아요. 벼슬꾼(정치인)은 그들 스스로 그들 일삯을 마음껏 올릴 뿐 아니라, 갖은 뒷돈을 긁어모으고, 사람들한테도 이바지돈(후원금)까지 챙깁니다. 지난 2024년 12월 첫머리에 한쪽 벼슬꾼이 얼뜬짓을 했습니다. 그리고 2024년 12월 끝자락에 전라남도 무안나루에서 숱한 사람이 난데없이 떼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두 가지 생채기와 응어리가 한 달 사이에 맞물렸는데, 숱한 사람은 이쪽저쪽으로 갈라서 끝없이 싸우고, 한 해가 지나도록 싸움판은 안 멎습니다. 이동안 ‘무안나루 떼죽음’을 놓고서 옷을 벗어야 할 뿐 아니라 사슬에 가둘 수두룩한 벼슬꾼 가운데 어느 한 놈도 값을 안 치르고서 발뺌을 합니다.
《비상계엄을 이겨낸 대한국민 이야기》는 여러모로 뜻깊은 줄거리를 푸름이한테 들려주는 꾸러미라고 느낍니다. 이 꾸러미에는 ‘대법원 판결’을 길게 붙이는데, 대법원은 이쪽과 저쪽 모두를 나무랐습니다. 얼뜬짓을 일삼은 윤씨를 비롯한 한켠이 크게 잘못했을 뿐 아니라, 다른 한켠도 나란히 ‘멍청짓’을 일삼으면서 나라를 뒤흔들었다고 짚어요.
윤씨만 사슬에 넣는다고 해서 나라가 멀쩡히 바로잡히지 않습니다. 무안나루 떼죽음을 일으킨 숱한 벼슬꾼을 똑같이 사슬에 넣어야 나라를 조금은 다스릴 수 있습니다. 2024년 12월 무안나루 떼죽음 뒤로도 나라 곳곳에서 갑자기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일꾼이 수두룩합니다. 그러나 일꾼만 멀쩡히 숨을 거둘 뿐, 어떤 벼슬꾼도 여태 값을 치른 바 없습니다. 이른바 힘꾼(권력자)은 담(커넥션)을 단단히 세웠고, ‘힘담(권력자 커넥션)’은 서울도 경상도도 전라도도 충청도도 강원도도 경기도도 고스란해요.
일본스런 한자말 ‘민주주의’는 ‘나란히(대화 + 타협)’가 바탕이어야 한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이쪽이건 저쪽이건 여태 ‘나란히’는 ‘뒤꿍꿍이’를 일삼을 적에만 꾀했습니다. 이쪽저쪽 그들은 언제나 ‘나눔말(대화)’이나 ‘물러섬(타협)’이 없습니다. 얼뜬짓인 ‘비상계엄’뿐 아니라 멍청짓인 ‘단독처리’가 끝없이 나풀거려요. 이 나라 사람들이 어깨동무하면서 함께 즐거울 새길을 짜는 자리에서는 아예 ‘나란히’가 없는 벼슬판입니다.
그나저나 《비상계엄을 이겨낸 대한국민 이야기》 166쪽을 보면 “김구 선생이 꿈꾸는 나라는 군사력을 키워 강력한 힘을 가진 나라가 아니었습니다. 뜻밖에도 문화가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하고 나오는데, ‘뜻밖에도’라고 적은 대목이 오히려 아리송합니다. 김구라는 분은 ‘뜻밖에도’가 아니라 ‘언제나’ 살림길(문화)이 첫째요 둘째요 셋째요 막째라고 외쳤습니다. ‘독립군’을 가르치고 이끌어서 일제강점기를 떨쳐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바탕은 늘 ‘살림길(문화)’이어야 한다고 외친 임시정부(김구)입니다. 우리나라 첫 날개꾼(조종사)이라 할 권기옥 님은 어느 켠에서도 서지 않은 독립운동가입니다. 아니 ‘사람켠’에 서고, ‘들숲바다켠’에 섰다고 해야 할 테지요.
이름은 ‘국민의힘’이지만 ‘사람(국민)’을 안 쳐다보는 무리요, 허울은 ‘민주당’이지만 ‘나란(민주)’과 등진 무리요, 겉으로는 ‘새길(진보)’이지만 하나도 새롭지 않은 무리요, 입으로는 ‘풀빛(녹색)’이되 무엇이 푸른지 모르는 무리요, 대놓고 ‘조국팬클럽(조국혁신당)’을 하는 무리가 판는 이 나라입니다. 어느 곳도 ‘사람’을 안 쳐다보고 ‘들숲바다’를 등질 뿐입니다. 이 나라가 앞으로 ‘비상계엄을 딛고서’자면, 이런 모든 얼뜨고 넋나간 채 돈·이름·힘을 거머쥔 무리를 샅샅이 걷어내고서, 어린이와 푸름이와 젊은이과 어른(어진 사람)이 조촐히 어울려 땀흘려 일하는 ‘작은숲’으로 나아갈 노릇이라고 봅니다.
ㅍㄹㄴ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습니다. (7쪽)
국회가 지속적으로 정부 관료를 탄핵하고 예산 삭감을 통해 국가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회가 정부에 협조하지 않고 정부를 적으로 여기며 대립하기만 한다고 본 것이죠. 국회의 이러한 행위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고 국가를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었다고 비판합니다. (17쪽)
대부분의 경우는 진짜 위기가 아니라, 국민들이 정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을 때, 그걸 막기 위해 또는 정권을 잡거나 유지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사용한 것이었어요 … 먼저 이승만은 헌법을 불법적으로 바꾸고, 부정선거를 통해 4번이나 대통령을 했습니다 … 박정희는 쿠테타 직후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민의 저항을 막고, 정권을 손에 넣었어요. 1972년에는 유신헌법을 만들기 위해 또 한 번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유신헌법은 대통령에게 거의 절대적인 권력을 주어 마치 왕처럼 나라를 다스릴 수 있게 해주는 법이었죠. (22쪽)
비상계엄을 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은 모두 독재정치를 하며 비상계엄을 자기 권력을 지키는 무기로 사용했어요. 겉으로는 ‘국가 안보’나 ‘사회 질서 유지’라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속셈은 국민의 자유를 억누르고 정권을 유지하려는 목적이 있었어요. (25쪽)
특히 신채호 선생은 “이승만은 나라를 일본에 팔아먹은 이완용보다 더한 매국 역적이다”라며 혹독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91쪽)
민주국가의 국민 각자는 서로를 공동체의 대등한 동료로 존중하고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믿는 만큼 타인의 의견에도 동등한 가치가 부여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문에서/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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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을 이겨낸 대한국민 이야기》(배성호·주수원, 철수와영희, 2025)
세 영역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이를 삼권분립이라고 하죠
→ 세 갈래로 나눕니다. 이를 세갈래라고 하죠
→ 셋으로 나눕니다. 이를 세갈랫길이라고 하죠
→ 세 길로 나눕니다. 이를 세갈래힘이라고 하죠
76쪽
선결제 나눔의 시작은 아주 작았습니다
→ 미리사는 나눔은 아주 작았습니다
→ 먼저사는 나눔길은 아주 작았습니다
151쪽
누군가를 지배하거나 경쟁에서 이기는 나라가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배려와 인격이 살아 있는 나라입니다
→ 누구를 거느리거나 싸워서 이기는 나라가 아니라, 서로서로 살림을 아끼고, 헤아리며 사람이 빛나는 나라입니다
167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