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12.20.

숨은책 1066


《探求新書 61 讀史隨錄》

 이기백 글

 탐구당

 1973.5.15.첫/1981.2.10.재판



  《韓國史新論》이란 책이 있습니다. 《國史新論》이 먼저 나오고서 고침판으로 나온 책이요, 그야말로 숱하게 팔리고 읽혔으나, 이제는 드문드문 읽히고, 머잖아 거의 안 읽히거나 그만 읽힐 책이라고 느낍니다. 1993년 셈겨룸(대학입시)을 앞둔 또래는 다들 죽을맛이라 여겼는데, ‘언어영역’이건 ‘사회영역’이건, 무늬만 한글인 중국한자말과 일본한자말 범벅이었어요. 또래 여럿이 《한국사신론》을 빌려줄 수 있느냐 해서 보여주었더니 몇 쪽 넘기다가 돌려줍니다. 새까만 한자투성이를 도무지 읽어내지 못 하겠다고, 차라리 ‘역사 문제’는 틀리고 말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기백 씨이든 이병도 씨이든 ‘우리’ 이야기가 아니라 ‘우두머리’ 쌈박질에 눈길을 맞춘 줄거리만 폈습니다. 아무래도 ‘우두머리’가 어떤 줄기로 흘렀는지 풀어내고 가르쳐야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잇는 굴레살이에 이바지하거든요. 이제는 살림길(생활사)도 조금은 짚는구나 싶지만, 이기백(1924∼2004) 씨가 주름잡던 무렵에는 살림길은 ‘자취(역사)’로 안 치는 판이었고, 다룰 값어치가 없다고까지 여겼습니다. 나라살림숲(국립중앙박물관)에서 무엇이 크게 자리를 차지하는지 돌아보면 알 만합니다. 우두머리 이름만 드높이면서 ‘사람 이야기’가 빠진 자취글(역사논문)이라면 누가 듣거나 배울 글일까요.


 《探求新書 61 讀史隨錄》을 헌책집에서 보았습니다. 푸른책숲(중고등학교도서관)에 깃들던 책입니다. 저도 배움터를 다닐 적에 책을 사서 내야 했어요. 돈있는 집 아이는 좀 비싼책을 사다가 냈다면, 가난집 아이는 값싼 손바닥책을 겨우 사서 냈습니다. 이제 이런 일은 사라졌겠지요.


대신중고등학교 왕희도서관 도서등록번호 1983.6.13. 18509

이 책을 귀 도서관에 입학기념 장서로 기증하나이다. 1983년, 고 제1학년 10반 이름 이재근 (정가 1500)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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