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12.20.

숨은책 1094


《고려원 소설문고 1 하늘의 다리》

 최인훈 글

 고려원

 1987.11.25.첫/1989.7.31.3벌



  싸움터(군대)에 코뚜레가 꿰여 들어가야 하던 1995년 11월 6일을 앞두고서, 두 군데 헌책집에 절을 하러 갔습니다. 한 곳은 인천 배다리 〈아벨서점〉이고, 다른 한 곳은 서울 용산 〈뿌리서점〉입니다. 책집지기한테 절을 하고서 칙폭이를 타고서 논산으로 가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이튿날 새벽에 훈련소에 들어가야 했거든요. 헌책집에서 스친 여러 ‘책손님 어르신’은 “자네는 책을 좋아하니 군대에서 진중문고를 읽으면 되겠네.” 하면서 웃었습니다. 저는 하나도 웃을 마음이 없어서 얼굴이 죽음빛이었고, 책손님 어르신은 “너무 뻣뻣하면 오히려 안 좋으니까, 아마 군대에 가면 진중문고이고 책이고 볼 틈은 없을 테지만, 마음을 풀라고 한 말이네.” 하고 덧붙입니다. 참말로 1995년 11월 6일∼1997년 12월 31일 사이에 싸움터(군대) 책을 한 자락조차 못 읽었습니다. 그래도 한 자락쯤은 읽고 싶어서, 앞서 싸움터에 들어왔다가 밖(사회)으로 돌아간 어느 분이 남긴 ‘장애인 교육 길잡이책’ 하나를 붙들려고 했지만, 하루 한 줄을 읽을 틈마저 없기 일쑤였습니다. 이제 저는 밖(사회)에서 지내니, 헌책집마실을 하다가 진중문고가 보이면 으레 흘깃합니다. 싸움터 아닌 밖에서 만나는 손바닥책인 셈입니다. 《고려원 소설문고 1 하늘의 다리》 같은 책도 싸움터에 들어갔네 싶어 조금 놀라는데, 안 쉬운 이런 책을 뽑은 눈도 재미있지만, 책에 남은 글씨도 재미있습니다.


ㅍㄹㄴ


- 진중문고 256

- 구십이년의 정월에. 133탄약과


※ 취급상 유의사항 1. 이 도서는 중대급 이하 부대만 배포하여 진중문고로 활용하여야 한다. 2. 이 도서는 부대비품으로 보관하여야 한다.

※ 이 도서는 국방부에서 장병들의 정서함양을 위하여 '89진중문고로 배포하는 것임.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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