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12.15.
오늘말. 까만꽃
걱정하니까 걱정씨앗이 싹틉니다. 근심하니까 근심노래가 흐릅니다. 속을 끓으니 끌탕에다가 끙끙거리니 또 헤매요. 아무래도 괴롭거나 버거운 일이 잔뜩 밀려드는 탓에 그저 힘들 뿐 아니라 애태우거나 골아플 만하지요. 왜 자꾸 가시밭길인지 골머리에 마음이 탈 만합니다. 다시금 벅차거나 검은빛으로 물들 수 있습니다. 하얀꽃이 아닌 까만꽃만 피우면서 눈검정인 채 해쓱할 수 있습니다. 앞길이 컴컴하다고 느끼면 조마조마할 테지요. 피를 말리고 혀를 내두르다가 시름에 겹습니다. 퀭한 눈으로 게슴츠레하고 겨우겨우 아침을 지나고 저녁을 맞이합니다. 그늘진 얼굴을 문득 느낄 때면, 가던 길을 멈추고서 이 캄캄한 삶을 곱씹습니다. 자갈밭도 꽃밭도 언제나 삶입니다. 속이 타든 마음을 갈든 다 배우는 나날입니다. 즐겁고 홀가분하고 흐뭇한 일도 배우는 삶자락입니다. 먹구름이 몰려들어 싫을 까닭이 없습니다. 비구름이 밀려들기에 온누리를 싱그러이 적셔요. 가만히 헤아리다가 다시금 돌아봅니다. 천천히 짚어 봅니다. 할매할배는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살펴보는지 지켜봅니다. 따질 마음이 아닙니다. 스스로 생각하면서 빗물을 비꽃으로 받아먹습니다.
걱정·근심·끌탕·끙끙거리다·헤매다·괴롭다·버겁다·벅차다·힘들다·애태우다·골아프다·골치·골머리·머리앓이·마음이 타다·머리가 아프다·골머리 썩다·마음졸임·마음태우기·마음갈이·말하지 못하다·말 못하다·검다·검은빛·검은꽃·까망·까맣다·깜장·까만꽃·깜꽃·깜빛·새까맣다·새카맣다·시꺼멓다·시커멓다·까마득하다·깜깜하다·껌껌하다·캄캄하다·깜깜하다·그늘·그늘지다·먹구름·비구름·눈검정·눈검댕·눈그늘·눈멍·눈멍울·멍·멍울·멍울꽃·멍꽃·멍들다·뜬눈·퀭·퀭하다·퀭눈·길찾기·길읽기·틀찾기·틀읽기·돌아보다·살펴보다·생각·따지다·곰곰·곱씹다·곱새기다·헤아리다·시름·한시름·할매마음·할배마음·속타다·속태우다·조마조마·조바심·피말리다·혀를 내두르다 ← 고민(苦悶)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