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목사님 열린어린이 창작동화 10
로알드 달 지음, 쿠엔틴 블레이크 그림, 장미란 옮김 / 열린어린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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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5.12.12.

맑은책시렁 342


《거꾸로 목사님》

 로알드 달 글

 퀜틴 블레이크 그림

 장미란 옮김

 열린어린이

 2009.8.20.



  오늘부터 우리가 살필 곳이라면, 우리 눈빛일 노릇이라고 느껴요. 언제 어디에서나 속낯을 보고 속빛을 헤아리고 속꽃을 느낄 줄 아는 눈빛으로 가다듬도록 하루하루 살아낼 일이지 싶습니다. 어릴적부터 속눈을 틔우려고 한다면 한결같이 아름눈길일 테고, 아직 손눈을 헤아리지 않는다면 아직 눈감은 마음이지 싶습니다.


  봄나물을 손수 훑으면서 봄나물하고 두런두런 마음을 나누는 눈빛으로 가다듬는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겉모습이 아닌 속모습을 마주하는 사이로 지낼 만하다고 느껴요. 손수 흙을 만지고, 맨발로 흙을 디디고, 맨몸으로 나무 곁에 설 때라야, 비로소 속눈빛을 밝힐 테지요. 꽃이름이나 풀이름이나 나무이름을 몰라도 됩니다. 풀책(식물도감)을 안 외워도 됩니다. 누구나 스스럼없이 풀꽃나무 이름을 지으면 되어요. 스스로 풀꽃나무랑 사귀면서 찬찬히 알아가면 넉넉합니다.


  바람이 천천히 바뀌는 철입니다. 두바퀴(자전거)로 들길을 달리면, 낮바람과 밤바람이 어떻게 바뀌는지 살갗으로 먼저 느낍니다. 덜 바뀌었는지 확 바뀌었는지, 이제 바뀌는 길목인지, 어느덧 새길로 들어서는지 알아차릴 만해요. 언제나 흐르는 새바람이 우리 곁에 있습니다.


  가만히 일렁이는 봄바람처럼, 봄빛으로 물드는 하루이면 넉넉히 살아가는 셈일 테지요. 겨울에는 겨울대로 살고, 여름에는 여름대로 살기에, 이 하루가 차곡차곡 모여서 우리 이야기로 흐릅니다. 어느새 한 해 두 해 가만히 이으면서 삶도 새롭게 일굴 테고요.


  《거꾸로 목사님》은 ‘남처럼 못하는’ 몸짓과 모습인 어린날을 힘겹게 보내고서 믿음길잡이 노릇을 맡는 어른 한 사람이 스스로 어떻게 용쓰듯 하루를 맞이하는지 부드럽게 들려줍니다. 숱한 사람한테는 아무렇지 않은 ‘말 몇 마디’일 테지만, 바로 말 몇 마디를 제대로 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는 말소리를 ‘남처럼’ 내기가 어렵고, 누구는 발걸음을 ‘남처럼’ 척척 내딛기가 어렵고, 누구는 손놀림을 ‘남처럼’ 하기 어려울 만합니다.


  누구나 다른 삶이요 사람이라면, 몸도 마음도 누구나 다르게 마련입니다. ‘남처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나처럼·나대로·나로서’ 하면 넉넉합니다. 서로서로 ‘나’하고 ‘너’로 마주하는 길이기에 어울릴 수 있습니다. 쭈뼛쭈뼛 수줍고 얼굴을 붉히는 아이어른을 느긋이 기다리고 지켜볼 줄 아는 마음을 그립니다.


ㅍㄹㄴ


당연히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고, 그날 모인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하며 모임을 나서야 했어요. 하지만 목사님이 워낙 착하고 다정해서 누구도 깊이 미워하진 못했어요. 아무리 봐도 목사님이 일부러 이상한 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거든요. 물론 뭔가 잘못되기는 했어요. (21쪽)


물론 어색하기는 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목사님이 설교단을 뒷걸음질로 돌면서 설교하는 모습에 금방 익숙해졌어요. 오히려 따분하기 짝이 없는 설교 시간이 재미있어졌죠. 결국 로버트 리 목사님은 뒤로 걷는 데 아주 익숙해져서 아예 뒷걸음질로만 다녔어요. 그리고 평생 동안 니블스윅의 괴짜 목사님이자 든든한 기둥으로 사랑받으며 살았답니다. (28쪽)


#TheVicarofNibbleswicke (1991년)

#RoaldDahl #QuentinBl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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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목사님》(로알드 달/장미란 옮김, 열린어린이, 2009)


어렸을 때 심한 난독증을 앓았어요

→ 어릴적에 몹시 글멀미였어요

→ 어려서 매우 멍했어요

5쪽


과연 교구를 잘 운영할 수 있을까요

→ 참으로 마을을 잘 꾸릴 수 있을까요

→ 그래 고을을 잘 꾸릴 수 있을까요

7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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