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쑥부쟁이 2025.11.30.해.
‘책’이란 스스로 차오르는 빛인 ‘참’을 담기에 차분하고 찬찬히 퍼지는 착한 사랑으로 지은 이야기를 풀어낸 꾸러미란다. 다만, 이제는 ‘책’이라 하기 창피한 종이뭉치가 넘치더라. 너는 ‘참’을 마주하려는 마음으로 책을 쓰거나 읽니? 그냥그냥 하루를 죽치듯 재미를 좇는 재주로 자랑하는 껍데기나 허울을 손에 쥐니? 네가 참을 등지고서 거짓을 부둥켜안더라도, 해는 뜨고 지고 별이 돋고 가는구나. 네가 속을 채우는 착한 이야기를 멀리하더라도, 겨울에 찬바람 맞으면서 쑥부쟁이가 돋아나서 웃네. 모름지기 모든 나무와 풀과 꽃은 ‘살림빛’이야. 이른바 ‘나물’이지. 나물을 한두 포기나 뿌리를 머금어도 넉넉해. 몇 그릇씩 비워야 살림빛이지 않아. 더구나 “입으로 먹지 않”더라도, 손으로 쓰다듬고 눈으로 그윽히 바라보더라도, 모든 풀꽃나무는 네 숨을 살리고 북돋운단다. 이 얼거리를 눈치챈 임금(권력자)은 서울(도시)을 세우려고 들숲메를 깎고 밀고 죽인단다. 보렴! 모든 임금집(궁궐)에는 나무도 풀도 없어. 싹 밀어낸 돌밭에 ‘구경꽃·구경나무’를 조금 심는 시늉인데, 끝없이 가지치기를 하면서 괴롭혀. 사람들 스스로 풀빛과 나무빛과 꽃빛을 못 머금고 못 보면서 굴레에 가두려고 한단다. 너는 쑥부쟁이를 나물이나 살림풀(약초)로 삼을 수 있어. 너는 틈틈이 또는 늘 쑥부쟁이를 바라보고 쓰다듬고 따스히 말을 걸면서 꽃빛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어. 벼를 베어낸 들에 남은 꽁당이를 쓰다듬으면서도 풀빛을 맞아들이고, 시든풀도 너를 살릴 수 있단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