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돼지 씨앗
사사키 마키 지음, 김숙 옮김 / 북뱅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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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2.6.

그림책시렁 1685


《늑대와 돼지 씨앗》

 사사키 마키

 김숙 옮김

 북뱅크

 2025.1.2.



  어떻게 그리든 늑대는 늑대이고 돼지는 돼지입니다. 다만 우리는 들숲메에서 늑대를 죽인 지 오래요, 들숲메에서 뛰노는 돼지도 거의 벼랑으로 내몰고서 ‘고기돼지’를 길들이는 굴레로 차츰 젖어듭니다. 《늑대와 돼지 씨앗》을 보면 사람처럼 두다리로 걷고서 두손을 쓰는 짐승이 나옵니다. 이는 “짐승 이야기”가 아니라 “짐승한테 빗대는 사람 이야기”라는 뜻이고, 그린이 스스로 이 그림책에 나오는 늑대이기도 하고 돼지이기도 하다는 뜻입니다. 그린이는 “사냥하는 늑대”가 아니라 “손쉽게 얻어먹는 늑대”이기를 바란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들숲메를 달리는 돼지”가 아닌 “사람한테 붙잡혀서 굴레에 갇힌 채 억지로 살만 피둥피둥 찌워야 하는 고기밥”이라는 속내이기도 합니다. 여러모로 보면 오늘날 우리나라도 이웃 뭇나라도 ‘서울나라’예요. 서울로 몰려들어 돈자리(돈버는 자리)만 찾는 싸움판입니다. 누가 더 높이 올라서서 누가 더 많이 차지하느냐 하고 치고받습니다. 물어뜯기에 서로 다치고, 괴롭히고 따돌리니 서로 힘듭니다. 이리하여 그린이는 ‘살림’도 ‘보금자리’도 아닌 ‘노닥노닥’ 빈둥거리면서 하늘에서 떡이 떨어지기를 바라요. 얼핏 재미나고 귀엽게 담은 그림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저 딱하고 안쓰럽고 슬픈 우리 민낯이라고 느낍니다.


#佐-木マキ #ぶたのたね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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