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놀며 노래하며 (2024.12.9.)

― 서울 〈메종인디아 트래블앤북스〉



  미워하는 마음에는 사랑이 깃들지 않습니다. 사랑으로 피어나는 마음은 ‘더’나 ‘덜’이 없이 그저 품는 숨결이라고 느낍니다. 곰곰이 보면 “더 사랑하”거나 “덜 사랑하”는 일이란 없어요. 사랑은 높낮이나 크기나 부피나 값이 아닌 “오롯이 빛”이니, 사랑하는 사람은 스스로 반짝이는 별입니다.


  사랑을 하는데 괴롭거나 힘들거나 지친다면, ‘이름만 사랑’일 뿐 막상 ‘좋아하는 마음’이게 마련입니다. 누구를 좋아하면, 반드시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탓에, 좋고 나쁘고 밉고 싫은 갖은 하루가 넘나듭니다. 그래서 사랑은 따로 가꾸는 길이 아닌, 마음을 가꿀 수 있으며, 사랑은 날개돋이처럼 스스로 새롭게 피어나는 꽃이면서, ‘사랑흉내·사랑시늉’인 ‘좋아함’이라서 “더 좋아하”려고 애쓰느라 정작 스스로 갉는다고 느껴요.


  서울 〈메종인디아〉에서 빛꽃마당을 조촐히 엽니다. 갓 태어난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를 기리는 자리입니다. 책에 싣거나 미처 못 실은 빛꽃을 크고작게 꾸려서 책시렁에 놓고, 빛꾸러미(사진첩)로 책자리에 둡니다. 큰그림은 바라보고, 작은그림은 넘겨보는 얼개입니다.


  놀며 노래하는 마음이라면 글길이 글꽃이면서 길꽃입니다. 노래하며 노는 몸짓이라면 숨길이 숨꽃이면서 살림꽃입니다. 어디서나 밤하늘은 별잔치일 노릇이지만, 나라지기와 나라일꾼인 벼슬아치는 밤하늘과 낮하늘을 망가뜨려요. 들숲메바다도 망가뜨리고 마을도 망가뜨리지요. 어울림길을 빼앗기다가 잊은 사람은 잿더미(아파트단지)가 마치 대단한 보금자리인 듯 여기지만, 잿더미란 굴레예요.


  푸른살림을 짓는 사람이라면 푸른말을 씁니다. 잿살이를 하는 사람은 잿말을 써요. 얄궂거나 사납거나 모진 말씨를 느끼는 사람은 얄궂말씨를 안 씁니다. 막말이건 구지레말이건, 막말씨가 어떻게 퍼지는지 안 느끼기에 함부로 쓰지요. 조그마한 곳부터 깨닫거나 눈뜬다면 스스로 사랑하는 말씨를 씁니다. 조그마한 곳이라 지나치거나 등돌릴 적에는, 안 깨닫거나 눈을 안 뜨니 그냥그냥 길든 채 뒹굴어요.


  요즘 같은 때에는 잔소리(신문·방송·유튜브)를 다 접고서, 오롯이 들숲바다와 책과 어린이 얼굴을 마주하면서 앞길을 꿈씨앗과 사랑씨앗으로 심고 가꾸는 길을 생각할 하루이지 싶어요. 언제나 설레고 두근거리면서 반갑게 마주할 이야기를 곁에서 길어올릴 노릇이라고 봅니다. 마을책집은 들꽃내음을 따라서 마실하는 책터입니다. 작은책집은 들꽃씨와 숲나무씨를 심고 나누는 이음터입니다. 노래하는 너랑 놀이하는 나랑 만나서, 노을빛으로 높바람을 일으키면서 춤가락을 노늡니다.


ㅍㄹㄴ


《여름빛 오사카와 교토 겨울빛 나가노》(문혜정, 세나북스, 2024.11.27.)

《한 번쯤 일본 워킹홀리데이》(고나현·김윤정·원주희·김지향·김희진, 세나북스, 2021.6.28.)

《글쓰는 여자의 공간》(타니아 슐리/남기철 옮김, 이봄, 2016.1.28.첫/2020.9.10.고침)

#Wo Frauen ihre Bucher schreiben #TaniaSchlie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인도 호흡 명상》(박지명·이정훈, 하남출판사, 2016.2.29.)

《딸아이의 언어생활탐구》(박진명, 호밀밭, 2020.10.9.)

《처벌 뒤에 남는 것들》(임수희, 오월의봄, 2019.12.20.)

《엄마, 나는 걸을게요》(곽현, 가지출판사, 2017.11.15.)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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