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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 로봇 퐁코 8 - S코믹스 ㅣ S코믹스
야테라 케이타 지음, 조원로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9월
평점 :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2.2.
헌살림이란 손살림
《고물 로봇 퐁코 8》
야테라 케이타
조원로 옮김
소미미디어
2025.9.24.
누구나 마음에서 울리는 소리를 듣는다고 느낍니다. 마음소리가 늘 또렷하게 들리는 사람이 있고, 얼핏 느끼는 사람이 있고, 아직 귀를 덜 틔워서 잘 느끼지 못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다만 누구나 마음이 있기에 마음소리도 누구한테나 흐릅니다.
까다롭거나 버겁구나 싶은 일을 맞닥뜨릴 때면 으레 마음소리 한 마디를 들어요. “자, 얼마나 즐겁니? 이 모든 고비와 가시밭과 봉우리는 네가 기쁘게 맞닥뜨리면서 넘어갈 배움길이란다.” 하는 마음소리를 가만히 들으면서 생각을 가다듬습니다. 그렇지요, 수월하면 수월하게 거닐며 배웁니다. 고단하면 고단하게 내딛으며 배웁니다. 힘겨우면 힘겹게 맞이하며 배웁니다. 가벼우면 가볍게 풀면서 배웁니다.
《고물 로봇 퐁코 8》을 읽으며 지난 일곱걸음을 되새깁니다. ‘낡은아이 낡다’라 할 만한 줄거리인데, 나이만 먹은 아이로 여기면 ‘낡다’요, 오래오래 사람 곁에서 이야기를 펴고 들려주고 들으며 함께 자라는 사이로 본다면 ‘날다’입니다. 언제나 말끝 하나로 만나고 닿고 잇습니다. 하루하루 함께 날듯 어울린다면 ‘날다’라는 이름이요, 그저 나이만 잔뜩 먹어서 곧 죽을 텐데 하고 여기면 하나도 안 배우면서 그만 ‘낡다’라는 이름입니다.
어린이만 배우지 않습니다. 푸름이만 배우지 않습니다. 스무 살에 이르면 그만 배워도 되나요? 스물다섯 살이나 서른 살이면 안 배워도 되나요? 마흔 살이나 쉰 살에 배움길을 안 걸으면 어찌 바뀔까요? 예순 살이나 일흔 살이기에 굳이 뭘 배우냐고 손사래치면 어떤 모습인가요? 누구나 여든 살이건 온 살이건 두온 살이건 기쁘게 배우기에 새롭게 피어나는 나날입니다.
꽃은 그저 꽃이되, 암꽃과 수꽃이 나란합니다. 모든 꽃은 그저 꽃이되, 첫달꽃과 셋쨋달꽃과 닷쨋달꽃과 일곱쨋달꽃과 아홉쨋달꽃과 열한쨋달꽃처럼, 다달이 다른 꽃입니다. 우리는 이른꽃과 늦꽃으로 나누기도 하고, 봄꽃과 여름꽃과 가을꽃과 겨울꽃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달과 철마다 다르기에, 어떻게 다른지 그립니다. 암수가 다른 결이니 겉모습과 속빛을 헤아려 새롭게 이름을 붙입니다.
나쁘게 붙이는 이름이 아니고, 따돌리거나 괴롭히려고 붙이는 이름이 아닙니다. 언제나 그저 그대로 고스란히 바라보는 동안 차분히 받아들이면서 나누는 이름입니다. 일본말 ‘퐁코’이든 우리말 ‘낡다’이든 대수롭지 않아요. 서로 다른 두 나라에서 서로 나란히 가리키면서 즐겁게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이 이름 하나롤 혀에 얹으면서 새롭게 이 하루를 맞이하면 느긋하겠지요. ‘헌살림’이란 ‘한살림’하고 나란하되 다릅니다. ‘한살림’이란 함께 가꾸면서 하늘빛을 품는 길입니다. ‘헌살림’이란 우리가 저마다 손을 대어 손길과 손빛을 담으며 새롭게 허허바다처럼 뻗는 가없이 즐거운 길입니다.
ㅍㄹㄴ
“으음, 할아비는 이제 그만 가도 되냐?” “온 지 얼마나 됐다고!” (7쪽)
“날 평소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주 잘 알았다.” “아니에요. 방금 건 어쩔 수 없이.” (12쪽)
“할아버지가 복잡한 곳 안 좋아하는 거 뻔히 아는데도, 여기저기 막 데리고 돌아다녔으니까, 그래도 할아버지가 도쿄를 마음에 들어하면, 이렇게 퐁코랑 같이 가끔씩 놀러올 거 아니야?” (20쪽)
“유우나는 이런 데서 공부하고 있구나∼.” “훌륭하시죠!”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 거 맞겠지?” “모두가 즐거워하는 훌륭한 학교예요!” (46쪽)
“어지간히 소중한 로봇인가 봐요?” “뭐? 난 그냥 아직 쓸 수 있는 걸 버리는 게 아까워서!” “하지만 이렇게까지 오래된 로봇은 보통 수리를 안 해서요.” (96쪽)
“퐁코네 할아버지다!” “와―! 퐁코네 할아버지!” “퐁코네 할아버지가 아닌데.” (145쪽)
#ぽんこつポン子 #矢寺圭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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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 로봇 퐁코 8》(야테라 케이타/조원로 옮김, 소미미디어, 2025)
이런 망측한 곳을
→ 이런 끔찍한 곳을
→ 이 볼썽없는 곳을
→ 이 꼴사나운 곳을
8쪽
같이 가끔씩 놀러올 거 아니야
→ 같이 가끔 놀러올 수 있잖아
20쪽
보통 수리를 안 해서요
→ 으레 안 고쳐서요
→ 다들 손을 안 봐서요
9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