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준비 사전 사춘기 사전
박성우 지음, 애슝 그림 / 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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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5.12.2.

맑은책시렁 359


《사춘기 준비 사전》

 박성우 글

 애슝 그림

 창비

 2019.11.25.



  우리한테 없는데 자꾸 나라(사회·정부·학교)에서 억지스레 밀어붙이면서 길들이는 몇 가지로 ‘사춘기(思春期)’하고 ‘갱년기(更年期)’가 있습니다. 우리는 나라에서 왜 ‘사춘기·갱년기’를 자꾸 외치는지, 더구나 ‘중2병’이나 ‘미운 몇 살’ 같은 뜬금없는 말을 왜 퍼뜨리는지 곱씹을 수 있어야 합니다.


  먼저 ‘어른’이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이제 ‘손수짓기(자급자족)’하고 아주 동떨어지고 등집니다. 어느 하나 손수짓기를 못 하는 얼뜨기로 바뀌었습니다. 부릉부릉 몰거나 말끔하게 빼입거나 쪽(카드)으로 다 긁을 수 있다지만, 손으로 짓는 사람이란 하나도 안 보여요. 돈을 벌어서 돈을 쓰는 굴레로 스스로 뛰어들었고, 부산처럼 큰고장조차 휘청거릴 만큼 오직 “서울로!”를 외치는 판입니다. 서울살이란 “너 죽고 나 살자!”라는 싸움판인데, 싸움에서 져서 밑바닥에 눌려도 괴롭고 고달프지만, 싸움에서 이기며 위에 올라서더라도 ‘나이를 먹고 힘이 빠지’면 저 밑바닥으로 굴러떨어질까 내내 걱정하는 판이니, 그냥 누구한테나 불늪입니다.


  다음으로 ‘아이’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어른한테서 손수짓기를 배울 수 없을 뿐 아니라, 사랑마저 보거나 듣거나 배우기 어렵습니다. 이미 한두 살 만에 어린이집으로 쫓겨나는 판입니다. 사랑으로 돌볼 엄마아빠가 아니라 “돈을 벌어야 할 엄마아빠”이다 보니, 아이는 한두 살부터 집을 떠나야 하고, 떠돌이처럼 갑작스레 낯선 또래나 언니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생존경쟁)’를 해야 하는데, 어린이집은 우리말이 아닌 영어를 일찌감치 가르칩니다. 어린이집을 마치고서 들어가는 어린배움터도 마찬가지인데, 바야흐로 갖은 ‘학원지옥’에 갇혀야 하지요. 어린이를 지나 푸른배움터로 건너가면 불늪은 더 깊어요. 온나라 어린이와 푸름이는 “손에 물을 안 묻히”고도 밥이며 새옷이며 누리고, 엄마나 아빠가 태우는 쇠(자가용)에 가만히 앉아서 어디이든 그냥 다닙니다.


  《사춘기 준비 사전》은 나쁜뜻으로 엮은 꾸러미는 아니라고 느낍니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 갉고 할퀴고 미워하고 시샘하고 다투고 치고받고 싸우고 등돌리고 괴롭히느라 고단하고 지치는 ‘막말잔치’ 같습니다. 왜 이렇게 서로 비비 꼬인 말글을 주고받아야 할까요? 비꼬고 빈정대는 말글로 가득한 꾸러미가 어떻게 “사춘기 준비 사전”이란 이름일 수 있을까요?


  그러나 오늘날 이 나라는 이미 손수짓기를 잊고 잃을 뿐 아니라, 스스로 팽개치고 짓밟습니다. 어린이와 푸름이뿐 아니라 ‘서울내기’는 땅과 하늘이 어떻게 망가지는지 안 쳐다보고 아무 마음이 없어요. 가끔 ‘기후정의·이상기후’라는 목소리에 숟가락을 얹으면 끝이라고 여깁니다. ‘나눠버리기(분리배출)’로는 푸른별을 못 살립니다. 아니, 푸른별을 망가뜨리는 새길이기도 합니다. 나눠버리기가 아닌, “저마다 우리집 한켠 땅뙈기에 부스러기를 돌려줘서 거름으로 거듭날 새흙”을 건사해야 할 텐데, 이런 길은 한 줄이나 한 마디조차 못 다루는 《사춘기 준비 사전》이라면, “사춘기 소비 사전”이라든지 “사춘기 생존경쟁지옥 사전”이라고 이름을 고쳐야 어울릴 듯합니다.


  왜 요즈음 어린이나 푸름이는 밥을 지을 줄 몰라도 될까요? 돈으로 남을 부리면 되나요? 왜 요즈음 어린이나 푸름이는 손빨래를 할 줄 몰라도 되나요? 그냥 돈으로 틀(기계)을 사다가 빛(전기)으로 돌리면 알아서 다 되나요?


  어린이와 푸름이와 어른이 함께 살림을 짓고 가꾸고 돌보면서, 이동안 저절로 피어나는 삶말과 살림말과 사랑말과 숲말이 어울릴 적에 “봄나이 처음 길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살림짓기가 없으니 삶가꾸기가 없고, 삶가꾸기가 없으니, 말돌보기와 마음살피기가 없어요. 이러니 사랑짓기와 사랑하기라는 길도 없게 마련입니다. 얕보고 깔보고 넘보고 노려보고 째려보고 달아나기만 하는 굴레살이(노예생활)를 듬뿍 담은 책으로는, 봄나이를 맞이하는 어린이와 푸름이가 스스로 피어나는 길하고는 아주 먼, ‘새길’이 아닌 ‘길들이기’로 책장사를 하는 셈입니다.


ㅍㄹㄴ


《사춘기 준비 사전》(박성우, 창비, 2019)


사춘기가 시작되면 무엇이든 억울할지 모릅니다

→ 길목에 서면 무엇이든 갑갑할지 모릅니다

→ 봄철에 이르면 무엇이든 눈물날지 모릅니다

→ 봄나이에는 무엇이든 못마땅할지 모릅니다

→ 봄앓이에는 무엇이든 답답할지 모릅니다

4


모든 게 귀찮아질지도 모릅니다

→ 모두 귀찮을지도 모릅니다

→ 마냥 귀찮을지도 모릅니다

→ 다 귀찮을지도 모릅니다

4


각 페이지의 그림은 단어의 뜻을 더욱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 쪽마다 실은 그림을 보면 낱말뜻을 더욱 생생하게 살필 수 있습니다

→ 낱말뜻을 더욱 생생하게 헤아리라고 쪽마다 그림을 실었습니다

5


청소년과 어른이 더 자주 함께 대화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푸른씨와 어른이 더 자주 얘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푸름이와 어른이 더 자주 말을 나눌 수 있기를 빕니다

5


웃기고 있네, 네가 공부를 한다고?

→ 웃기네, 네가 배운다고?

→ 웃기네, 네가 익힌다고?

12


내 남자 친구가 다른 여자애랑 만나고 있을 때

→ 내 짝꿍이 다른 아이랑 만날 때

14


누나가 잘못한 건데 나한테만

→ 누나 잘못인데 나한테만

→ 누나가 잘못했는데 나한테만

18


거짓말 친 적 없는데

→ 거짓말한 적 없는데

→ 거짓말 안 했는데

20


공부 잘하는 애들만 예쁨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 잘 배우는 애들만 예뻐하는구나 싶을 때

→ 잘 익히는 애들만 예뻐하는 줄 느낄 때

22


그렇게 대충대충 문제 풀래?

→ 그렇게 설렁설렁 풀래?

→ 그렇게 아무렇게나 풀래?

32


제발 제 생각과 말도 좀 존중해 줘요

→ 제발 제 생각과 말도 좀 들으셔요

→ 제발 제 생각과 말도 귀담으셔요

44


내 스타일만 좀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

→ 나만 좀 못나다고 느낄 때

→ 나만 좀 떨어진다고 느낄 때

→ 나만 좀 후지다고 느낄 때

52


입맞춤은 어떤 느낌일까 하는 달콤한 그림이 그려질 때

→ 입맞춤은 어떻게 느낄까 하고 달콤히 그릴 때

→ 입맞추면 어떤 느낌일까 하고 달콤하게 그릴 때

54


아주 사사건건 대들어

→ 아주 툭하면 대들어

→ 아주 언제나 대들어

72


나에 대해 안 좋은 뒷말이 퍼지고 있단 걸 알게 되었을 때

→ 나를 안 좋게 말하는 줄 알 때

→ 내 뒷말이 퍼지는 줄 알 때

→ 뒤에서 나를 수군대는 줄 알 때

84


솔직함이 나의 매력

→ 나는 꾸밈없는 멋

→ 나는 숨김없는 멋

148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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