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겁쟁이 아니거든! 난 책읽기가 좋아
에드워드 마셜 글, 제임스 마셜 그림,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5.12.2.

맑은책시렁 358


《나 겁쟁이 아니거든!》

 에드워드 마셜 글

 제임스 마셜 그림

 노은정 옮김

 비룡소

 2012.8.10.



  머리가 굳으면 못 바꾼다고 여깁니다만, 나이가 많기에 못 바꾸지 않아요. 나이가 들면 머리가 굳는다고 잘못 여기느라, 스스로 담벼락을 치면서 안 바꿀 뿐입니다. 나이가 적건 많건 스스로 새롭게 하루를 맞이하고 싶기에 즐겁게 바꿉니다. 어제는 어제요 오늘은 오늘입니다. 오늘은 오늘이고 모레는 모레예요. 아이는 ‘늙은사람’과 달리 바로바로 바꾸는데, 어제까지 아쉽던 대목을 오늘부터 바꾸고 싶은 마음이에요. 오늘 아침까지 갑갑하던 대목을 오늘 저녁부터 바꾸고 싶은 마음이지요.


  《나 겁쟁이 아니거든!》은 사내아이가 어떻게 하루를 맞아들이면서 스스로 바꾸는가 하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요즈음 어린이책을 보면 으레 계집아이만 나오기 일쑤인데, 이렇게 둘(계집·사내)이 나란히 나오면서 어울리는 줄거리를 들려줄 노릇이라고 봅니다. 또한, 둘이 부드럽게 어울리면서 둘이 새롭게 바라보고 배우면서 가꾸는 하루를 들려주면 됩니다.


  예부터 나라(사회·정부)를 세운 몹쓸 우두머리는 수수하고 아늑한 보금자리를 망가뜨리려고 자꾸 가시내를 억누르고 가두고 괴롭혔습니다. 이러다 보니 이 나라에서는 ‘계집·사내’라는 낱말 가운데 ‘사내’는 멀쩡하고 ‘계집’은 마치 낮춤말이나 나쁜말처럼 여기고 맙니다. ‘있’을 높인 ‘계’가 낮춤말일 수 없고, ‘지음(짓기)’을 나타내는 ‘집’이 나쁜말일 수 없습니다. 예부터 집이란 짓고 지내는 곳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보금자리도 집이고, 사고파는 일터도 집입니다. 밖에 나가서 돈을 벌려고 일하는 자리도 집이에요.


  사랑으로 짓는 따사로운 보금자리를 일구는 둘(가시버시)을 엉터리로 갈라놓으려는 우두머리 속셈이 오래 이었더라도, 우리가 스스로 우리말을 잊거나 잃지 않아야 합니다. 작은아이가 작은살림을 돌보면서 스스로 의젓하고 참한 사내로 일어서는 길을 다루는 작은글을 눈여겨본다면, 바로 오늘부터 우리가 무엇을 가다듬고 배우면서 가꿀 수 있는지 알아차리겠지요. 헤아리는 눈길과 다가서는 발길과 보살피는 손길을 나란히 품기에 비로소 ‘사람’이고, 사람으로서 ‘사랑’을 천천히 눈뜨는 길인 ‘아이’입니다.


ㅍㄹㄴ


“폭스야, 후딱 가기는 좀 힘들겠다. 엄마가 쌍둥이 데리고 병원에 다녀올 동안 루이즈 좀 보고 있으렴.” “망했다!” 폭스는 툴툴댔어요. “그런 말 쓰면 안 돼.” 엄마가 잔소리했어요. (10쪽)


“참치 샌드위치 좀 만들어 줘, 오빠.” “그래그래.” 폭스가 샌드위치를 만들어 가져왔어요. “동화책 읽어 줘, 오빠.” “읽어 주고말고.” (17쪽)


이번에는 정말 나무 꼭대기까지 단숨에 올라갔어요. “여기까지 올라와 줘서 고마워. 나, 너무 무서웠거든! 올라오긴 했는데 어떻게 내려가야 할지 모르겠어!” 밀리가 말했어요. (36쪽)


“헉, 이걸 다 사려면 온종일 걸리겠어요!” 폭스가 투덜대자 엄마가 말했어요. “그럼 어서 서둘러. 루이즈가 좋아하는 샌드위치 만들게 참치도 꼭 사 오고.” (43쪽)


#EdwardMarshall #FoxOnWheels (198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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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겁쟁이 아니거든!》(에드워드 마셜·제임스 마셜/노은정 옮김, 비룡소, 2012)


엉금엉금 기어오르기 시작했어요

→ 엉금엉금 기어올라요

28쪽


포도가 먹기 싫어졌어

→ 포도가 먹기 싫어

→ 이제 포도가 싫어

3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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