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1.20.
《세상을 바꾸는 언어》
양정철 글, 메디치, 2018.1.25.
늦가을 볕날이 부드럽게 잇는다. 오늘 빨래는 큰아이가 하고, 국은 곁님이 끓인다. 느긋이 집일과 글일을 추스른다. 우리집 뒤꼍 감나무를 타려고 했으나 감이 꽤 높이 달려서 그만둔다. 모두 새밥으로 여겨야겠네. 나래터에 들르고서 저잣마실을 한다. 어제는 걸으면서 책을 읽다가 전봇대에 쿵 찧은 만큼, 오늘은 조금 천천히 걸으면서 읽는다. 그런데 책을 읽느라 “오늘 자루감을 사려고 했는데!” 하고 뒤늦게 떠올랏다. 부지런히 감집으로 달려가서 주먹감을 한 자루 사서 품에 안고서 다시 달린다. 《세상을 바꾸는 언어》는 첫머리를 알뜰히 여는가 싶더니 이내 늪에 잠긴다. ‘둘레를 바꾸는 말’이 아니라 ‘힘(정치권력)에 스스로 갇힌 말’을 너무 길게 늘어놓는다. 이쪽이건 저쪽이건 ‘힘맛’을 보면 못 떼는가 보다. ‘돈맛’과 ‘이름맛’을 봐도 못 끊더라. 왜 이렇게 ‘숲맛·들맛’은 등돌릴까? 왜 이렇게 ‘아이돌봄맛·집안일맛’은 멀리할까? 왜 이렇게 ‘두레맛·어깨동무맛’은 안 쳐다볼까? 그러나 이쪽이건 저쪽이건 ‘살림맛·시골맛’을 손사래치든 말든, 나는 우리 아이들하고 오순도순 ‘보금숲맛’을 가꾸고 지으면 넉넉할 테지. 우리는 말씨를 심되, 말로 온누리를 안 바꾼다. 그저 심고 가꾸면서 사랑할 뿐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