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읽을 하루
“네가 추운 까닭은 하나야. 넌 추위만 쳐다보거든. 내가 즐거운 까닭은 하나야. 여름에는 햇볕이 기쁘고, 겨울에는 찬바람이 반갑단다.” 스스로 곱씹고 마음에 담는다. 아이하고 주고받고 이웃하고 얘기한다.
엊저녁에 장만한 책꾸러미 가운데 시외버스에서 읽을 몇 가지를 추스른다. 긴긴 길에 천천히 읽고 되새긴다. 쉬고 읽고 자고 쓰고, 다시 쉬고 읽고 자고 쓴다.
처음 태어난 책에는 처음 쥐고 살핀 옛사람 손길이 흐른다. 고이 이은 책에는 숱한 나날에 이르는 손끝이 어린다. 새로 태어나는 책에는 이제부터 나누고 싶은 숨결이 돋는다. 오래 흐른 책에는 너랑 내가 오늘 곰곰이 짚을 씨앗 한톨이 잠들어서 기다린다.
읽는다. 쓴다. 쉰다. 잔다. 생각한다. 본다. 느낀다. 바라고 그린다. 이윽고 바람이 불고, 곧 해가 넘어가고 슬슬 별이 반짝인다. 하루는 언제나 새롭다. 쓰다듬고 덮는 모든 책이 고맙다. 2025.11.25.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