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1.10.
《비가 내리고 풀은 자란다》
이수연 글·그림, 길벗어린이, 2025.4.14.
사흘에 걸친 바깥일을 마치고서 집으로 돌아간다. 집밖에서 묵으며 일할 적에는 두곱 석곱도 아닌 열곱으로 힘을 쓴다고 느낀다. 부산에서 순천까지는 시외버스가 그럭저럭 조용하다만, 순천에서 고흥으로 가는 시외버스는 참 시끄럽다. 다들 무슨 말이며 전화를 쩌렁쩌렁 “남 들으라는 듯” 떠벌인다. 고흥읍에 닿아서 저잣마실을 하고서 택시를 부른다. 우리집 마당으로 들어서니 비로소 귀를 쉰다. 별바라기를 한다. 넷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으며 수다꽃을 피운다. 《비가 내리고 풀은 자란다》를 돌아본다. ‘나쁘지 않은’ 얼거리이되, ‘위로받고 싶은’과 ‘위로해야 하는’에 너무 기울었다고 느낀다. 이런 얼거리와 줄거리는 참말로 ‘나쁘지 않다’만, 이웃나라 어린이책 가운데 ‘사토 사토루’가 있다고 알려주고 싶다. 이를테면 《비밀의 달팽이 호》라든지 《코로보쿠루》 같은 이야기는 무척 놀랍다. 한글로 안 나온 책도 하나같이 반짝인다. 무슨 말인가 하면, ‘반짝이는 글이나 그림’을 만들려고 애쓰지 말자는 뜻이다. 오늘 이곳에서 온마음을 다해서 뛰노는 아이들을 수수하게 담아내면 저절로 반짝인다. 따로 ‘반짝글·반짝그림’을 만들려고 하니 뒤엉키다가 뒤틀린다. 글그림은 목소리 아닌 온삶과 온사랑으로 펴면 된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