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책빛
나무글판
나는 ‘플라스틱 키보드’가 아닌 ‘나무 글판’을 쓴다. 그런데 이 나무글판은 우리나라 아닌 중국에서만 깎았고, 이제 안 깎은 지 꽤 된다. 그동안 미리 사둔 나무글판은 글쓰기를 신나게 하는 터라 다 닳았고, 마지막으로 쓰는 나무글판은 오늘 숨을 다한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나무글판을 깎을 수 있을까? AI에 나라돈을 들여도 안 나쁘되, 살림살이부터 가꾸고 바꿀 노릇이라고 본다. 누구나 널리 쓰는 글판을 나무로 바꾸면, 먼저 어린이와 푸름이한테 이바지하고, 어른도 이 삶을 새롭게 보리라.
더 찾을 길이 없는 나무글판이라서 플라스틱 글판이라도 사려고 읍내로 나온다. 이 길에 시골버스에서 노래를 옮겨쓴다. 여러 이웃님한테 부친다. 이제 숨을 고르며 저잣마실을 해야지. 집으로 돌아가는 시골버스는 두 시간 뒤에 있다. 찬찬히 걷고 읽고 쓰다가 조용히 집으로 가자. 2025.11.4.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