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11.4.
숨은책 1073
《장닭의 꿈》
솔 와인스타인·하워드 알브레히트 글
김연희 옮김
홍익출판사
1975.8.10.
이따금 “나는 왜 1975년에 태어났을까?” 하고 혼잣말을 하면서 책집마실을 합니다. 이런 날은 으레 1975년에 태어난 책을 마주합니다. 제 몸이 태어난 해에 태어난 책은 아주 알 길이 없지만, 1975년에 태어난 책이라면 1955년에 앞서 태어난 분이 눈여겨본 책이겠거니 싶고, 1995년에 태어난 사람은 1995년에 태어난 책을 까맣게 모를 수밖에 없지만, 책과 나이라는 길을 훅 뛰어넘어서 새롭게 어울리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느껴요. 총칼로 온나라를 윽박지른 박씨가 서슬퍼렇던 한복판에 어떻게 《장닭의 꿈》 같은 책이 한글판으로 나왔나 모를 노릇이지만, 이 책을 2002년에 서울 한켠 헌책집에서 장만하고서 만난 이웃님이 한마디 들려주었어요. “이봐 최종규 씨, 그들(권력자)이 책을 읽겠어? 책이름도 ‘장닭’이고 미국사람이 쓴 책이니까 칼질(검열)에도 안 걸렸겠지. 모르겠나?” 《갈매기의 꿈》이라는 책이 너무 겉멋을 부린다고 여긴 두 사람이 ‘멋 안 부리며 삶을 말하겠다’면서 쓴 《장닭의 꿈》이라고 합니다. 예수님도 부처님도 마호메트도 ‘저녁밥으로 후라이드치킨’을 올리고 싶지 않겠느냐며 맺는 줄거리인데, 훌륭(고상·근엄)한 척하는 모든 얼굴에 숨긴 뒷낯을 읽지 않는다면 바로 종살이라는 굴레에 갇히게 마련입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