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574 : 기자 숙명적 기사 현상 본질 있 전제 아래 독자 오만 존재


기자는 숙명적으로 ‘내가 쓴 이 기사가 현상과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는 전제 아래 독자를 만나는 오만한 존재이다

→ 글바치는 워낙 ‘내가 쓴 이 글이 이야기와 속내를 가장 잘 드러낸다’고 우쭐대며 사람들을 만난다

→ 글님은 모름지기 ‘내가 가장 훌륭히 썼다’고 자랑하며 사람들을 만난다

→ 글꾼은 얄궂게 ‘내가 가장 잘 썼다’고 뻐기며 사람들을 만난다

→ 글쟁이는 으레 ‘내가 가장 잘 썼다’고 내세우며 사람들을 만난다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오연호, 휴머니스트, 2004) 31쪽


글을 쓰는 사람은 우쭐대거나 뻐기거나 내세우지 않을 노릇입니다. 글을 한 줄 쓰기까지 먼저 삶을 배우고 살림을 익혀서 사랑을 펼 일입니다. 우리가 나누는 모든 말은 마음소리인데, 마음은 저마다 짓고 누리는 삶을 고스란히 나타냅니다. 나는 내가 보고 듣고 겪어서 배우는 대로 씁니다. 너는 네가 마주하고 치르고 받아들이는 만큼 씁니다. 잘 쓰거나 못 쓰는 글이란 없어요. 이 글만 꿰뚫거나 저 글만 가로지르지 않습니다. 타고난 글꾼은 없습니다. 갈고닦아야 태어나는 글바치입니다. 처음부터 어느 모습이 드러나지 않아요. 하루하루 살아온 길이 차곡차곡 모여서 이루는 매무새와 살림새입니다. 이 보기글에 드러나는 ‘숙명적·존재’ 같은 일본말씨나 ‘전제 아래·-고 있다’ 같은 옮김말씨는 다 털어낼 노릇입니다. ㅍㄹㄴ


기자(記者) : 1. 신문, 잡지, 방송 따위에 실을 기사를 취재하여 쓰거나 편집하는 사람 2. 문서의 초안을 잡는 사람

숙명적(宿命的) : 이미 정해진 운명에 의한

기사(記事) : 1. 사실을 적음. 또는 그런 글 2. 신문이나 잡지 따위에서, 어떠한 사실을 알리는 글

현상(現象) : 1.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사물의 모양과 상태 2. [철학] 본질이나 객체의 외면에 나타나는 상

본질(本質) : 1.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사물 자체의 성질이나 모습 2. 사물이나 현상을 성립시키는 근본적인 성질 3. [철학] 실존(實存)에 상대되는 말로, 어떤 존재에 관해 ‘그 무엇’이라고 정의될 수 있는 성질 4. [철학] 후설(Husserl, E.)의 현상학에서, 사물의 시공적(時空的)·특수적·우연적인 존재의 근저에 있으면서 사물을 그 사물답게 만드는 초시공적·보편적·필연적인 것. 본질 직관으로 이것을 포착할 수 있다고 한다

전제(前提) : 1. 어떠한 사물이나 현상을 이루기 위하여 먼저 내세우는 것 2. [논리] 추리를 할 때, 결론의 기초가 되는 판단. 삼단 논법에서는 대전제, 소전제를 구별한다

독자(讀者) : 책, 신문, 잡지 따위의 글을 읽는 사람 ≒ 간객

오만(傲慢) : 태도나 행동이 건방지거나 거만함

존재(存在) : 1. 현실에 실제로 있음 2. 다른 사람의 주목을 끌 만한 두드러진 품위나 처지 3. [철학] 의식으로부터 독립하여 외계(外界)에 객관적으로 실재함 ≒ 자인 4. [철학] 형이상학적 의미로, 현상 변화의 기반이 되는 근원적인 실재 5. [철학] 변증법적 유물론에서, 객관적인 물질의 세계. 실재보다 추상적이고 넓은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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