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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시의 바캉스 - S코믹스 ㅣ S코믹스
이치카와 하루코 지음, 박소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3월
평점 :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0.23.
만화책시렁 787
《25시의 바캉스》
이치카와 하루코
박소현 옮김
소미미디어
2025.3.6.
땅에 발을 딛고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나무를 함부로 베거나 괴롭히지 않습니다. 손으로 모두 짓고 빚고 가꾸고 일구는 사람이라면, 풀꽃을 함부로 죽이거나 밟지 않습니다. 어른은 아이를 쓰다듬고 사랑으로 돌보듯, 아이는 어른을 지켜보고서 살림을 익히듯, 서로 풀꽃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 살아온 나날입니다. 철들고 슬기로운 사람은 예부터 나무 한 그루를 벨 적에 섣불리 도끼부터 쥐지 않았습니다. 어느 나무를 어디에 어떻게 쓰겠노라는 그림부터 그린 뒤에, 나무한테 다가가서 “널 내 곁에 두는 세간으로 삼고 싶어.” 하고 속삭여요. 이제는 이처럼 나무한테 속삭이는 사람이 확 줄거나 사라집니다. 그냥 숲을 밀고 그냥 멧들을 깎고 뒤엎습니다. 《25시의 바캉스》는 빈몸이라고 여기지만 ‘빈 만큼 채우고 싶은’ 마음으로 삶을 이은 여러 모습을 들려주려고 합니다. ‘빈몸’과 ‘찬몸’ 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그냥 밀어대면 아무 마음이 안 흐릅니다. 먼저 말을 걸고, 꾸준히 말을 나누며, 언제나 말빛을 깨울 적에 말씨 한 톨이 싹틔우면서 서로 새롭게 만납니다. 모든 일은 말 한 마디를 바탕으로 태어납니다.
ㅍㄹㄴ
“누나로밖에 안 보여.” “그래? 너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29쪽)
“따로따로 돌아가는 건 슬프지? 미안해.” “아니에요. 슬픈 건 나쁜 게 아니에요. 다른 존재에게 감사할 수 있으니까요. 고독은 태어나서부터 먼지로 돌아갈 때까지의 씁쓸한 사치품이에요.” (84쪽)
‘형태가 바뀌어 새롭고 숨막히는 일을 하게 될 테니까, 또 만나자는 한마디만 듣고 싶어.’ (167쪽)
#25時のバカンス #市川春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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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시의 바캉스》(이치카와 하루코/박소현 옮김, 소미미디어, 2025)
슬픈 건 나쁜 게 아니에요
→ 슬프면 나쁘지 않아요
→ 슬퍼서 나쁘지 않아요
→ 슬퍼도 안 나빠요
→ 슬프다고 안 나빠요
84쪽
다른 존재에게 감사할 수 있으니까요
→ 다른 이가 고맙거든요
→ 다른 빛이 고마워요
→ 모두 고마워요
84쪽
분명히 누군가가 하얀 빛의 알갱이로 되돌려줄 거라고 기원하고 있어
→ 아마 누가 하얀빛 알갱이로 되돌려주리라 바라
→ 뭐 누가 하얀 빛알갱이로 되돌려주리라 빌어
22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