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 일공일삼 94
황선미 지음, 신지수 그림 / 비룡소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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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5.10.17.

맑은책시렁 353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

 황선미 글

 신지수 그림

 비룡소

 2014.9.19.



  또래를 따돌리면서 둘레 어른한테는 상냥하고 참한 모습을 흉내내는 아이 탓에 괴롭던 어른 나날을 보낸 어느 분 이야기를 담았다는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입니다. 또래 사이에서는 악다구니나 두억시니이면서 길잡이나 마을어른이나 어버이한테는 얌전하고 착한 척하는 아이는 예나 이제나 꽤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아이네 집에 가 보면, 이 아이네 엄마아빠가 참으로 두얼굴이더군요. 엄마아빠 무게가 으레 아이한테 흘러들고, 아이는 악으로 버티다가 밖으로 또래한테 터뜨리는 굴레입니다.


  모든 아이는 제 어버이를 고스란히 닮고 따르되 다릅니다. 엄마아빠랑 한집을 이루기에 엄마아빠 기운을 그대로 받는데, 이 기운에 그저 젖어들 수 있으나 이 기운을 떨치고서 새길을 찾아나설 수 있습니다.


  어린이책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을 보면, 짐짓 ‘외로운 아이를 눈여겨보는 외로운 어른’이 언덕이 되어 주는 듯한 얼거리 같습니다만, 여러모로 꾸민 티가 물씬 납니다. 더욱이 줄거리를 맺을 무렵에는 ‘나쁜아이를 거꾸로 따돌리는 듯한’ 얼거리에다가 ‘나쁜아이한테 착한아이마냥 손을 내민다’는 짜임새입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여린아이 구두’를 밖으로 내던지는 짓을 맡은 아이는 엄마하고 어떤 실마리도 안 푼 채 끝맺습니다. ‘다른 여린아이’가 ‘가장 여린아이 구두를 내던지는 못된 짓을 한 모습’을 봤다고 알려주면서 갑자기 모든 줄거리가 한달음에 풀리고 바뀌는데, 너무 서두르기도 하고 어쩐지 종잡을 수 없기까지 합니다.


  여러모로 보면 이 책은 다 다른 여러 아이들 마음에 응어리(죄책감)를 잔뜩 심어 놓고서 이 응어리를 어영부영 건드리는 척하면서 슬그머니 끝맺고 달아났구나 싶습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우리가 글을 쓰는 어른이라면, 어떤 일을 그대로 보여줄 적에 왜 보여주는지 밝힐 노릇이고, 어떤 일을 어떻게 누가 바꿀 수 있는지 제대로 짚을 노릇입니다. 둘 다 안 한다면 ‘무늬만 동화’입니다. 그리고 이 책에 뻔질나게 나오는 옮김말씨는 매우 거슬립니다.


ㅍㄹㄴ


“우린 둘 다 외톨이였거든. 그렇지만 이렇게 있으면 친구 같잖아.” (53쪽)


“혹시 외톨이란 생각이 들면 여기로 와. 적어도 얘랑 나는 있잖아.” (54쪽)


짐작대로 혜수는 달라진 게 아니었다. 늘 그랬듯 선생님 앞에서만 착한 애처럼 굴었던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도 별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 변한다고 해도 시간이 꽤나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가 달라지는 수밖에. (107쪽)


+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황선미, 비룡소, 2014)


이렇게 구경만 해도 나는 좋다

→ 나는 이렇게 구경해도 즐겁다

→ 나는 구경만 해도 즐겁다

10쪽


‘외로운 나의 벗을 삼으니 축복받게 하소서’라는 부분에서 꼭 울게 돼서 그런다

→ ‘외로운 나랑 벗을 삼으니 기뻐하소서’에서 꼭 울어서 그런다

→ ‘외로운 나하고 벗을 삼으니 빛나소서’에서 꼭 우니 그런다

12쪽


오도독 깨물어지는 느낌이 재미나서 더 울지 못했던 게 기억난다

→ 오도독 깨물면 재미나서 더 울지 않았다고 떠오른다

→ 오도독 깨물면 재미나서 더 안 울었다

14쪽


여기서 내 편을 들어 주면 곤란해진다는 것쯤은 나도 안다

→ 여기서 나를 감싸면 못 견딜 줄은 안다

→ 여기서 나를 보듬으면 귀찮을 줄은 안다

20쪽


내가 괜찮아질 것 같은 일이 생겼다

→ 내가 반가울 일이 생겼다

→ 내가 마음에 찰 일이 생겼다

→ 내가 달가울 일이 생겼다

→ 내가 고개들 일이 생겼다

22쪽


나만 혼자 적으로 둘러싸인 포로 신세였다

→ 나만 혼자 미운놈한테 둘러싸인 셈이었다

→ 나 혼자 몹쓸놈한테 붙들린 몸이었다

61쪽


나는 누군가의 단 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 나는 누구한테 딱 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11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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