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의 비밀 - 검은턱수염의 정체, 제1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278
유우석 지음, 주성희 그림 / 창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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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5.10.16.

까칠읽기 103


《보물섬의 비밀》

 유우석 글

 주성희 그림

 창비

 2015.3.20.



  전라남도 신안 앞바다에서 돈단지(보물)가 나와서 한창 찾아낸 이야기가 있다. 어른도 아이도 이 돈단지에 눈멀면서 ‘돈찾기’로 헤매고 다투는 줄거리를 다룬 《보물섬의 비밀》이다. 섬마을 어린이가 슬기를 모아서, 뭍내기 어른을 꾀로 이겨서 사로잡는 줄거리는 그야말로 ‘어디서 흔히 본’ 얼개이다. 돈단지를 움켜쥐고 싶어서 눈먼 사람들 모습을 보여주겠다면서 “내가 여기서 밥하고 있겠어?(30쪽)” 같은 말을 굳이 써야 할까?


  돈이란 무엇이고, 돈은 어디에 쓰는가? 우리가 이 별에서 땀흘려 일군 열매와 보람을 갈무리하기에 돈이 태어날 수 있는데, 한낱 돈단지만 움켜쥐려는 마음이란 뭘까? 땀 한 방울 안 흘리고서 “남이 일군 열매와 보람을 가로채려는 꾀”이지 않나?


  ‘돈찾기’를 마치 아슬아슬한 새길(모험)로 여기는 분이 꽤 있는데, 어른한테도 아이한테도 터럭만큼도 이바지를 못 할 줄거리라고 느낀다. 아직 누구도 캐내지 못한 돈단지를 내가 먼저 찾아내어 움켜쥐면, 이때부터 일을 않고서 탱자탱자 죽도록 노닥거리겠다는 마음에 무슨 삶이 있을까? 더구나 어릴적에 돈단지를 찾아내어 돈으로 노닥거리겠다는 마음을 어린이책에 담는 뜻은 뭘까?


  신안에서 소금을 어마어마하게 낸다. 신안뿐 아니라 갯벌이 드넓은 바닷마을 어디나 소금을 엄청나게 낸다. 인천도 소금밭이 넓었고, 이제 하늘나루로 바뀐 영종섬도 소금밭이 넓었다. 소금이나 소금밭은 서울에서 멀잖은 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보물섬의 비밀》은 “소금에도 냄새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93쪽)”고 적는데, 섬아이가 소금냄새를 모를 수 있나? 말이 될까? 바다내음은 바로 소금내음이기도 하다. 글쓴이가 소금내음을 몰랐을 수 있지만, 이 책에 나오는 ‘섬에서 나고자란 아이’가 소금내음을 열 몇 살에 이르도록 몰랐다고 하는 대목은 아주 말이 안 된다.


  흙도, 모래도, 똥도, 오줌도, 설탕도, 밀가루도, 쌀가루도, 팥가루도, 다 냄새가 있고, 모든 냄새는 다르다. 얼기설기 억지로 줄거리를 짜깁지 말고, 섬아이와 섬어른이 참말로 빛나는 살림을 늘 품고 살아온 이야기를 귀여겨듣고서 옮기면 될 텐데. 우리나라 모든 섬은 다리를 놓으면서 아주 빠르게 망가지고 무너졌다. 섬에 다리를 놓기에 ‘좋다’고 섣불리 말하지 않기를 빈다.


ㅍㄹㄴ


“보물이 어디 있는지 알면 내가 여기서 밥하고 있겠어? 보물 가지고 저 멀리 좋은 데 가서 호강하고 살지.” (30쪽)


문득 우리가 지나온 길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몇 번, 아니 수십 번 넘게 다녀간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1쪽)


소금에도 냄새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서늘한 창고에서 나무와 소금이 묘한 냄새를 만들어 냈다. (93쪽)


+


《보물섬의 비밀》(유우석, 창비, 2015)


소문이 돌기 전에는 외지인 대부분이 바다낚시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었다

→ 말이 돌기 앞서 손님은 으레 바다낚시꾼이었다

→ 얘기가 돌기 앞서는 거의 바다낚시꾼만 찾아왔다

12쪽


꽃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꽃섬 이야기를 했다

16쪽


처음으로 떠나는 육지 여행이었다

→ 처음으로 뭍마실을 간다

→ 처음으로 뭍나들이 간다

55쪽


가끔씩 할아버지가

→ 가끔 할아버지가

133쪽


꽃섬에 다리가 놓이게 되었다

→ 꽃섬에 다리를 놓는다

133쪽


뗏목으로 바다를 여행하고 싶었던 나의 이야기입니다

→ 제가 뗏목으로 바다를 누비고 싶던 이야기입니다

141쪽


난파 직전인 배를 진두지휘하느라 애쓰는 아내 손수연 씨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 뒤집히려는 배를 이끄느라 애쓰는 곁님 손수연 씨도 고맙습니다

→ 휘청거리는 배를 거느리느라 애쓰는 짝꿍 손수연 씨도 고맙습니다

142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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