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분실 2025.9.24.물.
네가 깜빡 놓고 오거나 흘릴 때가 있을 텐데, 네 손에서 떠날 뿐이야. 이제 네가 보낼 만한 때이니까, 새곳으로 가려는 셈이지. 네가 잃기에 네 곁에 없는데, 너한테서 일부러 빼앗는 누가 있다면, 네가 늘 ‘없다’고 떠올리면서 가슴아파하기를 바라는 셈이란다. 빼앗는 누구는 맨입으로 누리려는 얕은 꾀에다가, 땀 한 방울 없이 가로채려는 못난 속을 키울 텐데, 얕은 꾀와 못난 속이 스스로 갉는 줄 모르지. 눈앞에 보이는 몫을 ‘참’으로 잘못 여기는데 빼앗거나 가로챈 몫으로는 ‘살림’이 아닌 ‘죽음’을 지핀단다. 네가 누구 몫을 빼앗거나 가로챌 적에도 같아. 얼핏 너는 크게 먼저 많이 누리는 듯 보일 테지만, 네가 삶을 들여서 일군 보람이 아니라면, 네 어제·오늘·모레를 못 밝혀. 빼앗거나 훔친 몫에는 ‘네(내) 삶빛’이 없으니, 빼앗거나 훔친 몫을 늘린들 오히려 가난하고 가엾단다. 그런데 잃었다는 마음을 내내 이으면, 이때에는 다르지만 나란히 스스로 갉아. 넌 잃거나 빼앗기지 않아. 그저 네 손에서 놓을 뿐이야. 너는 언제 어디에서나 새롭게 지을 뿐 아니라, 네 손은 처음부터 차분히 새롭게 짓기에 늘 스스로 ‘참하’단다. 벌레가 잎을 갉으면 잎을 새로 내는 풀과 나무야. 가지가 뚝 잘리면 새 가지를 내는 나무란다. 꽃망울이 똑 떨어지면 새 꽃망울을 내놓지. 그저 오롯이 ‘지음이’라는 마음이기에 안 잃어. ‘잃었구나!’ 하고 여길 적마다 네 손빛과 숨빛을 잊으니 목숨을 갉아. 빼앗거나 훔치는 이는 ‘짓는빛’을 스스로 잊으니 목숨을 깎지.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