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2025.9.13. 손땀
부산 북구에서 영화와 책과 살림을 나누는 〈무사이〉가 있다. 오늘 살짝 마실을 하고서 나오는 길에, 책 앞자락에 손글씨를 담을 수 있느냐고 물으셔서 기꺼이 딤아 본다.
다섯 자락 책에 적을 손글씨이니, 다섯 자락 여는말을 조금씩 바꾸어서 다섯 가지 넉줄노래를 꾸린다. 열 자락이라면 열 가지 노래를 쓰고, 스무 자락이라면 스무 가지 노래를 나눈다.
소낙비도 오고 가랑비도 오고 벼락비도 오는 즐거운 날이다. 가문 땅은 더 적시고, 더운 땅은 보드랍게 적시고 나면, 이윽고 구름이 걷히고서 파랗게 갤 테지. 뚜벅뚜벅 걸어서 연산동 쪽으로 넘어간다. 걷다가 땀나면 버스를 타지. 걸으며 책을 읽고, 길나무와 골목꽃을 마주한다.
손바느질처럼 손글씨도 손땀이다. 손빨래처럼 손수 가꾸고 돌보고 빚는 모든 일은 손땀이다. 손수 애쓰며 흘리는 땀방울마냥, 손길이 닿는 곳마다 이슬방울처럼 맑게 숨결이 흐른다. 예부터 누구나 집과 옷과 밥을 손수짓기라는 살림길로 여미었다. 손땀집과 손땀옷과 손땀밥인 셈이니, 지난날 사람들은 손빛이 흐르는 집밥옷을 누리면서 누구나 튼튼하고 즐거웠다고 느낀다.
손빛을 잊으니 스스로 바랜다. 손길을 들이지 않으니 스스로 무너진다. 손땀을 잃으니 언제나 스스로 남을 쳐다보거나 구경하거나 노려보느라 삶이 사라진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