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9.15.
숨은책 1062
《남북한 실상비교》
민심참모부 엮음
육군본부
1990.10.30.
2025년 9월에 ‘삼성 이재용 아들’이 싸울아비로 들어간다면서 시끌벅적합니다. ‘그분 아들’은 ‘총알받이(육군 땅개)’가 아닌 ‘공군 장교’로 들어갑니다. 여러모로 보면 ‘돈·이름·힘’이 없는 수수한 집에서 나고자란 아들은 꼼짝없이 총알받이로 붙들립니다. 요즈음은 그나마 목숨값(생명수당)으로 100만 원이 넘게 받는 듯하지만, 이렇게 받은 지 몇 해 안 됩니다. 여태 이 나라 숱한 ‘가난한 사내’는 여러 해를 갇힌 몸으로 삽질와 주먹질이 춤추는 구렁텅이에서 시달렸습니다. 그런데 몸만 시달리지 않아요. 마음까지 시달립니다. 바로 《남북한 실상비교》 같은 책으로 달달 볶습니다. 육군본부는 이런 책을 ‘이념교육 참고교재’로 삼는데, 첫줄부터 끝줄까지 “북녘은 온통 시뻘겋고 얼뜬 무리”라고 외칩니다. 아무래도 총알받이인 사람들한테 “때려죽일 밉고 나쁜 놈팡이”가 코앞에 있다고 날마다 읊어야 죽음늪에서 겨우 버틸 테지요. 그리고 이런 죽음늪에서 몸마음이 몽땅 망가지고 시달린 채 밖(사회)으로 돌아올 수 있어도, 몇 해 동안 길든 몸마음을 쉽게 풀기 어렵습니다. 싸움터(군대)에서 날마다 뻔질나게 ‘이념교육·사상교육’을 하는 줄 모르는 분이 많습니다. 고작 몇 해 동안 ‘하찮고 시답잖은 이념교육’에 홀랑 넘어가느냐고 탓할 일이 아닙니다.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걷어차면서 욱여넣는 싸움터 얼거리인 채 예순 해 남짓 흐른 이 나라입니다. 요즘은 ‘군대폭력’이 조금 줄었더라도 그곳은 ‘살림터’가 아닌 ‘죽음늪’입니다. 죽음늪을 이대로 두면 앞으로도 이 나라는 더욱 슬프게 싸우고 물어뜯는 불바다일 수밖에 없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