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빗살 2025.7.17.나무.



비가 올 적에 빗방울을 하나하나 볼 수 있겠니? 빗방울은 듬성듬성 내리면서 땅바닥을 듬성듬성 적시는데, 어느새 모든 땅바닥을 촉촉하게 고루 적신단다. 빗방울은 서로 부딪히며 깔깔대다가, 한덩이를 이루어 몰아치다가, 여러 조각으로 흩어지며 춤추기도 하지. 빗줄기는 빗금으로 내리되 가지런해. 사람이 ‘빗’으로 머리카락을 고를 적에, 1벌로 슥 내리면 끝날까? 아니지? 빗질은 1벌만 하지 않아. 빨리빨리 하지 않고, 차분하게 곧게 긋듯이 내리지. 온누리를 적시면서 살리는 빗질(빗방울질)은 고르게 꾸준하게 차분하게 참하게 빗기에 싱그러워. 온머리칼을 펴면서 까맣게 반짝이도록 살리는 빗질(머리빗질)도 마찬가지야. 빗자루를 쥐고서 먼지를 쓸어낼 적에도 같아. 1벌만 슥 비질(빗자루질)을 했기에 먼지가 다 쓸릴까? 하나씩 천천히 꾸준히 빗질과 비질을 하니 빛날 수 있어. 빗살은 너무 성기지 않게, 알맞게끔 촘촘하고 가지런히 흐른단다. 언뜻 보면 나무줄기에는 “잎이 안 돋은 자리”가 훨씬 넓어. 뜸(틈)을 두되 알맞게 잎자리를 벌려 놓고서 푸르게 우거지는 나무란다. 뜸(틈)이 하나조차 없이 잎이 돋으면 가지는 찢어지고, 줄기도 못 버텨. 꽃송이가 맺고 나서 모두 열매를 맺으면 가지는 또 찢어지고 줄기마저 못 버텨. 잎은 꽤 느슨히 떨어져서 돋고, 숱한 꽃송이는 바람과 새와 나비가 톡톡 떨군단다. 그리고 빗방울이 이따금 떨구어 주지. 빗살은 느긋이 비우면서 빛내는 부드러운 숨줄기라고 여길 만해. 빛살을 받으면서 차츰 밝고, 빗살이 닿으면서 차근차근 깨어나. 아침저녁과 밤낮으로 스미는 빛줄기를 한 가닥씩 느껴 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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