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바라가 왔어요
알프레도 소데르기트 지음, 문주선 옮김 / 창비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8.4.

그림책시렁 1610


《카피바라가 왔어요》

 알프레도 소데르기트

 문주선 옮김

 미디어창비

 2021.1.20.



  “배부른 돼지”라는 말을 함부로 쓰곤 하는데, 우리에 갇힌 채 살만 찌워야 하는 돼지를 헤아린다면 아주 잘못 쓰는 셈입니다. “갇힌 돼지”라 말해야 올바릅니다. 사람이며 짐승이며 푸나무를 가두는 무리는 하나같이 돈꾼·힘꾼·이름꾼입니다. 이들은 사람도 짐승도 푸나무도 가두면서 길들이려고 하지요. 갇힌 푸나무는 끝없이 가지치기에 시달리고 네모반듯하거나 둥그스름히 깎입니다. 갇힌 짐승은 구경거리나 고깃감으로 죽고, 갇힌 사람은 나라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라야 합니다. 《카피바라가 왔어요》는 들짐승 ‘카피바라’가 ‘닭우리’에서 사냥철에 숨고 쉬는 동안 어떤 일이 생기는가 하는 줄거리를 다룹니다. “갇힌 닭”은 처음에는 “아늑하고 포근하며 배부른 집”에 있다고 여겼으나, 들짐승하고 어울리는 동안 여태 잘못 바라본 줄 깨닫는다지요. 오늘날 ‘서울·큰고장’은 “커다란 사람우리”입니다. 그러나 서울내기도 큰고장사람도 “커다란 사람우리에 갇혀서 쳇바퀴를 도는 줄” 안 받아들이고 안 깨달아요. 서울에 있기에 아늑하고 포근하며 돈도 잘 번다고 여기기 일쑤입니다. 이 그림책이 들려주려는 뜻은 나쁘지는 않은데, ‘수탉’이 없는 닭우리에서 병아리가 까는 얼개는 몹시 얄궂습니다. 말이 안 되지요.


ㅍㄹㄴ


#LosCcarpinchos #AlfredoSoderguit


+


《카피바라가 왔어요》(알프레도 소데르기트/문주선 옮김, 미디어창비, 2021)


이상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7쪽


사냥철이 시작되었거든요

→ 사냥철이 되었거든요

→ 사냥철이거든요

15쪽


몇 가지 규칙을 지켜야 했어요

→ 몇 가지를 지켜야 해요

16쪽


넷째, 규칙에 대해 불평하지 말 것

→ 넷째, 시키는 대로 투덜대지 않기

→ 넷째, 언제나 투덜대기 없음

17쪽


그 후로 모든 게 달라졌어요

→ 그때부터 모두 달라요

→ 그 뒤로 모두 달라요

28쪽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떠날 채비를 했어요

→ 고맙다고 말하고서 떠나려 해요

→ 고맙다고 밝히고서 떠나려 합니다

3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