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24.
《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진다》
서와 글, 상추쌈, 2020.11.25.
가랑비를 맞으면서 옆마을로 걷는다. 오늘로 넉걸음째 ‘영남초등학교 어린이와 노래쓰기(시창작수업)’를 잇는다. 시골이 왜 시골인지 모를 뿐 아니라, 앞으로도 시골사람으로서 살아갈 꿈이 없어 보이는 뭇아이를 헤아리다가 ‘잠(자다)’이라는 낱말을 바탕으로 우리가 스스로 마음에 담을 생각씨앗인 ‘꿈’이란 무엇인지 풀어내어 들려준다. 남이 해줄 수 없는 일을, 내가 손수 하면 넉넉한 놀이를, 사람을 비롯한 뭇숨결이 나란히 있기에 ‘우리’인 줄 알아보는 눈길을 틔우기를 바란다. 낮에 읍내에서 동강면 이웃님을 만나서 한참 이야기했다. ‘최악’을 막아야 하기에 ‘차선’을 뽑아야 한다고 말씀하시기에, 우리가 ‘차선’을 뽑을 적에는 오히려 ‘차악’을 뽑는 셈이라서, 이 ‘차악’이 이윽고 ‘최악’으로 곤두박을 친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태 이 나라는 ‘최악·차악’인 우두머리가 갈마들었을 뿐이다. 우리는 늘 꽃(최선)을 바라보면서 꽃님을 일꾼으로 두어야 한다. 꽃이 아닌 놈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손사래를 칠 줄 알아야 비로소 바꿀 수 있다.
《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진다》를 돌아본다. 글멋을 덜어낸다면 아름다웠으리라 보는데, 글님 스스로 앞으로 손발로 이 땅을 마주하는 나날이 깊어가면 저절로 ‘글살림’으로 바뀌리라 본다. 참말로 온나라 붓잡이는 글멋·붓멋·그림멋에 사로잡힌다. 멋을 부리려고 하면 꿈하고 먼, ‘멍’하니 구경하는 길로 빠지면서 ‘멍청’하게 구르기 쉽다. 멋이 아닌 ‘맛’을 찾겠다는 붓잡이도 수두룩한데, 맛을 붙잡으려고 하니 ‘망가진’다.
말은 물과 같아서 모름지기 맑다. 말을 말 그대로 담아내려는 마음이라면, 이 말은 물빛 그대로 맑을 뿐 아니라 밝게 빛날 수 있다. 글멋이나 글맛이 아닌, 글빛과 글씨를 헤아리려고 할 적에 비로소 글살림이다. 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지는 줄 느낀다면, 이제는 생강밭에서 노래하며 해를 바라보는 하루로 갈마들 만하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