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23. 같이 일구는



  고흥 영남초등학교 어린씨하고 이야기하며 조금씩 말길을 넖히고 채운다. 한꺼번에 모두 받아안기 어려울 수 있지만, 낱말 하나에 마음씨 한 톨을 누리면 된다. 불씨도 미움씨도 시샘씨도 늘 우리가 스스로 일구고 퍼뜨린다. 남이 안 심는다. 엄마아빠도 언니동생도 아닌 바로 내가 내 말을 이루면서, 우리 하루를 온몸으로 맞아들인다.


  바다와 같은 품으로 바라보고 받아안기에 온빛이 싱그럽다. 바람과 같은 숨결로 마주보고 받아들이기에 밝게 흐르고 맑다. 우리 마음밭이란 우리 말밭이다. 우리 살림밭이란 우리 손빛이다.


  별은 비가 살찌우고 살리며 돌기에 푸르다. 몸은 피가 살찌우고 살리고 돌기에 파랗다. 생각을 샘물처럼 길어올리기에 천천히 물들듯 차곡차곡 영근다. 이야기를 일으키고 일구고 이루기에 스스럼없이 꽃피우고 나누고 노래한다. 그러나 시골일수록 외려 어린이부터 들숲메하고 멀다. 시골아이가 거꾸로 바다마실을 드문드문 하거나 못 한다. 시골아이가 되레 들바람과 숲바람보다 에어컨이 익숙하고 땀방울이란 낱말을 아예 모르기까지 한다.


  영남초등학교 2층 창가에 귀제비집이 하나 있더라. 다만 아무도 모르는 듯싶다. 제비랑 귀제비는 다른데, 고흥군수나 고흥군의원이나 고흥교육청장은 두 제비가 어찌 다른지 알거나 말할 수 있을까?


  이제 졸립다. 집으로 돌아가면 빨래하고 씻고 낮잠에 들면서 바람노래랑 “갓 날갯짓 익히는 새끼제비 다섯 마리” 여름노래로 온마음을 적셔야겠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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