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19. 사진을 받으면
예전에는, 1993년까지 푸른배움터를 다니는 동안, 누구한테 찍히는 일은 매우 드물고 ‘내 사진’이 적었는데, 그나마 나는 조금은 있었다. 사진 한 자락 없는 동무가 수두록했다. 졸업사진에 처음 찍히고 주민등록증 받으려고 비로소 찍히는 동무가 흔했다.
나는 1998년에 내 찰킥이를 장만해서 마을책집을 찍되 내가 나를 찍는 일은 참으로 드물다. 필름사진이 저물면서 비로소 내 사진을 얻는다. 더없이 고맙다.
우리는 사진이 가볍고 넘치는 만큼 밥도 자가용도 대중교통도 학교도 이모저모 다 가볍고 넘친다. 굳이 무거워야 하지는 않다. 가벼운 만큼 누구나 누리며 살림길을 북돋우면 아름답고 즐거울 텐데, 어쩐지 자꾸 몇몇 손아귀에 붙들리는 돈벌이 굴레가 늘어난다고 느낀다.
책을 왜 읽고 글을 왜 쓰나? 대학교를 왜 다녀야 하고, 입시학원에 아이를 왜 밀어넣어야 하나?
가볍게 누릴 수 있는 터전이지만 정작 함부로 펴면서 스스로 빛을 잊고 잃지 싶다. 어느 책이든 읽으면 되고, 무슨 글이든 쓰면 되는데, 아무 책이나 읽으면서 아무 글이나 쓰지는 않는가? ‘아무 책’과 ‘아무 글’이란, “서울에서 돈과 이름과 힘을 얻는 길을 돕는 책과 글”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