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5.27. 다니는 손



  서울에서 느즈막이 03시부터 하루를 연다. 오늘 다닐 길을 헤아리면서 등허리에 팔다리를 넉넉히 쉬고서야 일어나서 씻는다. 04시를 넘어도 까치산나루 둘레에서 술에 절어 웃고 떠드는 소리가 퍼진다.


  책짐을 안고 지며 걷는다. 한 손에는 글종이하고 책을 갈마든다. 걸을 적에는 읽고, 전철을 타면 쓴다. 내려서 걸으면 다시 읽고, 또 갈아타면 쓴다. 디딤돌로 오르내리면서 읽고, 이제 밖으로 나오며 해바라기를 한다.


  해길을 걸으며 읽는다. 길에서 전철에서 뒷간에서 우루루 흐르는 사람들은 꽃물(화장품) 냄새를 피우거나 손전화에 코를 박는다. 아침에 까치를 보았는데 까치가 울 적에 올려다보는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다.


  그러나 나는 다닌다. 다니면서 읽고 쓰고 나눈다. 나한테 건넬 글을 쓰고, 이웃한테 드릴 글을 쓴다. 나는 손발로 다닌다. 눈코귀입으로 다닌다. 눈을 뜨고서 다니고, 눈감고서 숨결을 느끼며 다닌다. 오늘은 권정생 님 《짱구네 고추밭 소동》을 함께 읽고서 이야기한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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