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5.22. 새벽새
새벽 두어 시 사이로 새소리가 갈마든다. 이즈음이면 밤새소리가 천천히 잦아들고 낮새소리가 하나둘 늘어난다. 새벽 너덧 시 무렵이면 거의 바뀌고, 대여섯 시를 건너가며 새날이 무르익는 줄 느낀다.
먼먼 옛날부터 누구나 새를 곁에 품으면서 하루를 읽었다. 새가 노래하는 때에 따라서 바람결을 읽고 햇길도 읽었다.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때바늘(시계)과 손전화를 곁에 두느라 새를 멀리하고 잊는다. 새바라기를 하는 분은 새만 볼까? 아니면 때와 철과 바람과 햇길을 나란히 바라볼까?
시골이더라도 읍내만 나오면 서울스럽고 매캐하다. 시골이더라도 웬만한 마을집은 서울집을 흉내낸다. 오히려 서울 곳곳이 시골스러운 빛을 담아서 쉼터로 바뀌려 한다. 팍팍한 서울이기에 서울에 붙들려고 서울은 곳곳에 풀꽃나무를 둔다면. 짙푸르던 시골은 얼른 사람들을 서울로 몰아내고서 벼슬아치들이 뒷돈을 돌라먹으려고 이 숲터를 망가뜨린다.
두멧시골에 살기 앞서까지는 설마 싶었으나, 고흥살이 열다섯 해를 돌아보자니 이 나라 시골은 “시늉만 귀촌 환영”일 뿐이고 “귀촌자 숫자”로 “군청에서 정부보조금을 타낼 혓바닥”을 놀리더라.
너는 뭘 알아보니? 난 뭘 알아볼까?
책을 새로 낸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은 열 해 걸려서 쓰고 손질해서 내놓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은 일곱 해 걸려서 쓰고 손질해서 내놓는다.
새벽새는 새벽을 노래하는 새이다. 나는 새벽사람이다. 여덟 살에는 새벽 여섯 시부터 걸어서 어린배움터에 갔고, 열두 살부터는 새벽 다섯 시 삼십 분부터 걸어서 배움터에 갔다. 열네 살부터는 푸른배움터에 다섯 시 반에 닿도록 걸어갔다.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한 스물한 살에는 새벽 네 시부터 하루를 열었고, 싸움터(군대)를 다녀온 스물네 살에는 새벽 두 시 반부터 새뜸나름이로 달렸다.
아이를 하나 낳고 둘 낳으면서 하루를 새벽 한 시에 연다. 다만 아이들이 일어나는 여덟 시 무렵에 살짝 눈붙이고서 다시 일한다.
새벽에 새벽새를 만난다. 아침에 아침새를 마주한다. 새벽노래를 따라서 새길을 나선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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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문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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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밑 꾸러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