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4.27.

숨은책 1046


《改訂 歷代朝鮮文學精華 卷上》

 이희승 엮음

 박문출판사

 1947.7.20.



  주시경 님이 쓴 《국어문법》을 읽고서 길을 찾았다고 밝힌 이희승 씨요, ‘국어학자’라는 이름으로 살았지만 정작 이분이 걸은 길은 ‘한문학자’였고, 일본앞잡이 모윤숙 같은 사람을 감싸던 힘켠(권력자)에 선 나날입니다. 1961년에 이분이 엮었다는 ‘민중서관 국어대사전’은 온통 일본 낱말책을 훔친 티가 물씬 났고, ‘엣센스 국어사전’에서 ‘엣센스’도 일본 낱말책 이름을 슬그머니 따왔습니다. ‘이희승 국어사전’을 첫줄부터 끝줄부터 읽어 보면, 일본말과 일본 한자말이 얼마나 잔뜩 실렸는지 놀랄 만한데, 막상 통째읽기를 한 사람이 드문 탓인지, 속낯을 모르는 분이 수두룩합니다. 우리나라가 일본굴레에서 벗어난 뒤에 나온 《改訂 歷代朝鮮文學精華 卷上》 같은 책에서도 엿보듯, 이희승 씨는 한문을 좋아합니다. 우리 옛글을 읽어내자면 한문을 모르면 안 될 터이지만, ‘한문이라는 글’이 아닌 ‘입에서 입으로 이은 이야기’를 들여다보려고 했다면, ‘국어학자’나 힘켠이 아닌 ‘말글지기’에 ‘작은걸음’을 내딛었을 테지요. 젊은날에 조선어학회에 몸담은 적이 있다지만, 그 뒤 이승만·박정희·전두환에 이르는 길에 어떤 발걸음이었는지 찬찬히 짚노라면 딱할 뿐입니다. 우리나라 말밭(국어학계)이란 참 초라하구나 싶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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