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4.17.
숨은책 1044
《韓國動亂과 맥아더元帥》
? 글
하혁 옮김
범국민양서보급회
1968.11.15.
인천에서 나고자란 어린이 가운데 몇이나 ‘맥아더’가 좋다고 여기면서 자랐을까 궁금합니다. 저는 맥아더를 좋아한 또래를 한둘 빼고는 아예 못 보면서 자랐습니다. 인천에 있는 골목마을을 내려다보는 곳에 손바닥만 한 ‘자유공원’이라는 데가 있는데, 인천에서 배움터를 다닌 분이라면 으레 이곳으로 봄나들이나 가을나들이를 가야 했습니다. 지긋지긋했어요. 한 군데 배움터만 자유공원으로 봄가을 나들이를 가지 않거든요. 초·중·고가 나란히 이곳으로 우글우글 몰리는데, 여러 배움터 사람들이 북새통으로 뒤덮이면서 앉지도 서지도 쉬지도 못 하는 채 땡볕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맥아더 동상 앞 기념사진”까지 찍어야 겨우 하루를 마치고서, 집까지 먼먼 길을 다시 걸어가야 했습니다. 《韓國動亂과 맥아더元帥》는 누가 언제 낸 어느 책을 훔쳐서 낸 판인지 알 길은 없습니다만, 일본책을 훔쳤지 싶습니다. 이 책을 읽으신 분은 빈자리마다 노랫말을 잔뜩 적으셨군요. 마르고 닳도록 읽었을 뿐 아니라, 수첩처럼 삼은 셈인데, ‘인천상륙작전’을 한답시고 월미도를 비롯해 인천 골목마을을 아주 잿더미로 짓밟은 줄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나중에 다 드러난 일입니다만, ‘미국 군인이 보기에 놈(적군)과 우리켠(아군)이 똑같이 생겼기에 그냥 다 밀어버리고(죽이고)서 들이치려’ 했다지요. ‘전쟁영웅’이라는 이름이란 하나같이 “사람을 무시무시하고 끔찍하게 아주 많이 죽인 놈”입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