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3.23.
《일본어와 한국어로 만나는 어린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글/오다윤 옮김, 세나북스, 2025.1.20.
마당 한켠에 제비꽃이 피었다. 바람에 떨어지는 매꽃을 주워서 볕을 먹인다. 곧 모과꽃이 벌어지면 알맞게 솎아서 볕을 먹이려 한다. 바큇살이 여럿 끊어진 두바퀴(자전거)를 넉 달 즈음 그대로 두었더니 먼지가 잔뜩 끼었다. 하나하나 닦고서 기름을 바르고 다시 닦고 또 기름을 바른다. 들길을 달린다. 끊긴 바큇살이어도 이럭저럭 부드러이 구른다. 곧 서울로 데려가서 손질하자고 생각한다. 《일본어와 한국어로 만나는 어린왕자》를 자리맡에 놓고서 이따금 볕바라기를 하면서 조금조금 읽는다. 끝까지 다 읽자면 얼마나 걸리려나? 그러나 따지지 말자. 느긋느긋 봄볕과 나란히 읽으면 될 뿐이다. 여태 《어린왕자》를 프랑스말이나 영어로 읽으면 어떤 글맛일까 하고 여기기만 했는데, 일본글로 읽으니 또 새삼스럽다. 이웃말을 꼭 아주 잘해야 하지는 않는다. 띄엄띄엄 혀에 소리를 얹어 보면서, 모르는 낱말을 천천히 살펴보면서 한 바닥을 하루나 이틀에 걸쳐서 읽어도 즐겁다. 책읽기란, 삶읽기이다. 빨리읽기도 느릿읽기도 아니다. 책읽기란, 숲읽기이다. 책을 손에 쥐면서 우리 둘레 작은풀과 작은나무를 돌아본다. 해가 지고 별이 돋는다. 차근차근 짐을 꾸린다. 작은아이한테 ‘역사’ 말고 ‘살림자취’를 읽어 보자고 속삭인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