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3.1. 암은 병이 아니다
어릴 적에는 어슴푸레하게 느꼈다면, 푸른날을 보낼 무렵에는 몸으로 또렷이 알았고, 젊은날을 지나 곁님과 두 아이를 낳아 돌보는 길을 걷는 동안에는 낱낱이 깨닫는다.
우리는 ‘약’을 먹으면 일찍 죽는다. 우리는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으면 모질게 앓거나 아프다. ‘병원’에 갈수록 “없던 아픈 데가 생기”고, ‘병원’을 안 끊으면 끝내 괴롭게 시달리다가 죽게 마련이다.
아스라이 먼 옛날 옛적부터 온누리에는 ‘집’이 있을 뿐이다. 집이라는 곳은 ‘지붕’만 얹어서 비바람을 가리는 데로 그치지 않는다. 집이란 ‘짓는’ 곳이다. 무엇이든 스스로 짓기에 집이다.
집에서 밥옷집을 지을 뿐 아니라, 아이하고 살아갈 나날을 짓고, 곁님하고 사랑할 살림을 짓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짓고 말을 지어서 아이들이 물려받는다.
나는 이런 살림길을 따로 책으로 배우거나 익히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고삭부리로 늘 앓고 아프면서 갖은 ‘약·주사’로 숱하게 시달렸기 때문에 온몸으로 안다. 호되게 앓더라도 아무것도 안 먹고 안 마시면서 몇날을 끙끙 드러누우면 말끔히 씻거나 털고서 깨끗하고 새로운 몸으로 일어났지만, ‘약·주사 + 병원’을 맞아들여야 할 적에는 끝도 없이 앓고 아프면서 골골대야 했다.
이제는 여러 돌봄이웃(의사 친구)하고 온갖 책을 살펴 읽으면서 ‘예전에 몸과 마음으로만 알던 길’을 ‘글로 아로새긴 꾸러미’로도 돌아본다. 참말로 ‘암세포’는 사람을 죽이려고 안 생긴다. 사람들 스스로 이제 그만 굴레를 벗고서 살림길로 접어들어야 한다고 알려주려고 생긴다. 《암은 병이 아니다》라는 책이 있고, 《병원이 병을 부른다》라는 책이 있다. 《티베트 의사의 지혜》라는 책이 있고, 《백신의 배신》이라든지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 같은 책이 있다.
다만, 책을 읽건 돌봄이웃한테서 여러 이야기를 듣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 스스로 생각해 보고, 더 찾아나서고, 자꾸 헤아리고, ‘고리(병의학커넥션)’를 캐내려고 해야 한다. 아무리 듣고 읽더라도 스스로 알아보려고 하지 않는다면, ‘바닷가 모래집’일 뿐이다.
걸림돌이나 담벼락이나 가시밭길은 나쁜가? 나쁠 까닭이 없다. 모든 돌과 담과 가시는 우리가 배울 여러 가지를 알려주는 길잡이라고 할 만하다. 아픈 일도 기쁨이고, 앓는 하루도 보람이다. 가시밭길이란 우리를 새롭게 일으키는 빛살이다.
누구나 ‘배우려’고 이 별에 태어났다. 안 아프고 안 앓는다면 아무것도 못 배운다. 책을 읽어서 배우든 누구한테서 이야기를 들어서 배우든, ‘배움’으로 멈추거나 그치면 고여서 썩는다. 그래서 아무리 훌륭하다는 책이라 하더라도 ‘배움’ 너머를 바라볼 노릇이다.
배움 너머란 ‘익힘’이다. 배움은 첫걸음이고, 익힘은 두걸음이다. 배운 다음에는 반드시 틈을 내고 짬을 내고 겨를을 내어 ‘익히는 하루’를 보낼 노릇이다. 달걀을 얻거나 받은 뒤에 그냥 두면 곪는다. 달걀을 받았으면(배웠으면), 껍데기에 구멍을 내고서 날달걀로 먹든, 삶아서 먹든, 이다음길인 ‘익힘(밥차림)’으로 건너갈 노릇이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면 뭐 하나. 돈을 벌었으면 즐겁고 아름답고 사랑스레 쓸 노릇이다. 안 쓰고서 쟁이는 돈은 10원이건 10억 원이건 그저 고름덩이일 뿐이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