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3.19.

숨은책 1026


《농업기술 100호》

 김인환·이재용 엮음

 농촌진흥청

 1974.4.



  헌책집에 다니면서 마주하는 숱한 묵은책을 놓고서 “수집가 아니면 거들떠보지 않을 책”이라고 여기는 분이 꽤 많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수집가’가 아닐 뿐더러, ‘책모으기’를 안 하기도 합니다. 이른바 ‘책수집가’인 분들은 묵은책을 값싸게 모아들여서 국립도서관·대학도서관·박물관 같은 데에 웃돈을 얹어서 파는 줄 압니다. 사잇장사를 하는 셈인데, ‘사잇장사·책수집가’는 으레 “돈 좀 있는 글바치”가 헙니다. 《농업기술 100호》는 용케 사잇장사 손에 안 넘어갔습니다. 이 얇은 나라책(국가홍보물)은 제법 흔하거든요. 1974년에 100걸음째 나온 《농업기술》을 펴면 ‘뒷그루’나 ‘가온씨’처럼 우리말을 살려쓴 보기를 곳곳에서 엿봅니다. 다만, 몇몇 낱말은 살려쓰되, 이 낱말을 뺀 글결은 모조리 일본말씨입니다. 이때에 한참 생각해 봅니다. 낱말 몇몇을 살려쓰면 아름다울까요? 몇 낱말은 살려쓰되 통째로 일본말씨나 옮김말씨라면 그저 얄궂은 민낯으로 여기고 끝내야 할까요? 살려쓴 몇 낱말을 고이 아끼되, 통째로 얄궂은 일본말씨를 하나하나 가다듬고 털어내는 길을 헤아릴 수 있을까요? 땅에 죽음거름(화학비료)을 들이부어서 더 많이 뽑아내려는 ‘푸른물결(녹색혁명)’은 오히려 시골에도 서울에도 이바지하지 않았습니다. 알맞게 거두어 알맞게 나누어야 쌀값이 제자리를 찾고, 누구나 ‘아름쌀’을 누리면서 ‘아름나라’로 피어난다고 봅니다.


- 총화유신의 해

- “쌀 3000만석 돌파, 녹색혁명 완수”

- 보리 뒷그루

- 벼 가온씨(中生種) : 벼가 자라는기간은 품종에따라 각각 다르지만 대체로 올씨, 가온씨 및 늦씨로 구분할 수 있다. (3쪽)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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