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필사 筆寫
수없이 필사되어 → 숱하게 옮겨적어 / 끝없이 배워써서
필사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 받아적으려면 한참 걸릴 듯하다
‘필사(筆寫)’는 “베끼어 씀”을 가리킨다지요. ‘베끼다·베껴쓰기·베낌질·베낌짓’이나 ‘따라쓰다·받아쓰다·받아적다’로 고쳐씁니다. ‘배워쓰기’처럼 새말을 지어도 어울려요. ‘새기다·새겨넣다·새김질’이나 ‘옮겨쓰다·옮겨적다·옮기다’로 고쳐쓸 만합니다. 이러한 뜻을 헤아려 ‘꽃글·꽃글월·꽃글씨·꽃내음글·꽃바람글’처럼 새로 나타낼 만하고, ‘녹이다·담다·담아내다·받다·받아들이다’처럼 수수하게 쓸 만합니다. ‘들빛글·들꽃글·들빛글씨·들꽃글씨’나 ‘풀빛글·풀꽃글·풀빛글씨·풀꽃글씨’나 ‘멋글·멋글씨’라 해도 되어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필사(筆師)’를 “붓을 만드는 사람”으로 풀이하며 싣지만 털어냅니다. ㅍㄹㄴ
그렇다면 필사본은 ‘술이부작’한 콘텐츠나 마찬가지다
→ 그렇다면 베낌글은 ‘엮은’ 꾸러미이다
→ 그렇다면 옮김글은 ‘풀어낸’ 밑감이다
《이립 실천편》(심상훈, 왕의서재, 2010) 94쪽
필사(筆寫)란 누군가를 마음에 새겨 넣는 일
→ 따라쓰기란 누구를 마음에 새겨 넣는 일
→ 베껴쓰기란 누구를 마음에 새겨 넣는 일
→ 배워쓰기란 누구를 마음에 새겨 넣는 일
《달의 뒷면을 보다》(고두현, 민음사, 2015) 18쪽
지금 필사하고 있는 이 공책을
→ 오늘 옮겨적는 이 꾸러미를
→ 오늘 옮겨쓰는 이 글적이를
→ 오늘 따라쓰는 이 배움적이를
→ 오늘 베껴쓰는 이 빈적이를
《어서 오세요 베짱이도서관입니다》(박소영, 그물코, 2018) 129쪽
돌아오실 때까지 필사본을 잘 지킬 테니
→ 돌아오실 때까지 옮김책을 잘 지킬 테니
→ 돌아오실 때까지 손글을 잘 지킬 테니
《붉은 보자기》(윤소희, 파랑새, 2019) 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