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2.26. 서울에서
부천에서 하루 묵는다. 불날(화요일)이라서 에누리받아 자그마치 단돈 34200원에 고맙게 지낸다. 책짐을 이고 지느라 애쓴 몸을 쉬고서 새벽과 아침에 글을 살짝 여민다. 밤에는 끙끙거리면서 어기적어기적 등허리를 폈다.
시골보금숲에서 지낼 적에는 나무바닥에 몸을 반듯이 누여 한동안 죽은듯이 잠들면 모든 응어리가 말끔히 풀린다. 예전 2000년 앞뒤로 서울에서 혼살이를 할 무렵에는 나무로 지은 ‘나머지집(적산가옥)’에서 지냈는데, 삐꺽이는 낡은 집이되 이 집에서는 아무리 고된 몸도 다 녹고 풀렸다. 뒷간도 없던 오랜 나무집이 사람몸을 살리는 줄 그때 그 가난집에서 뼛속으로 처음 배웠다.
서울 한복판 비싼 길손채에 재워 주신 이웃님이 계신데, 아무리 비싼 길손채여도 딱딱한 나무바닥이 아니면 몸풀이하고 멀더라.
서울은 버스와 전철이 겨울일수록 유난히 덥다. 여름에는 유난히 춥다. 서울살이나 서울마실이란 자칫 몸을 망가뜨리는 지름길이다. 겨울에는 좀 떨고 여름에는 좀 땀흘려야 몸이 튼튼할 텐데.
우리는 뭘 보거나 뭘 잊을까? 우리는 뭘 읽거나 뭘 잃을까? 다시 등짐을 추스른다. 시골보금숲으로 이야기씨앗을 새로 품고서 돌아가자.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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