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2.27. 죽음 저켠
나는 나를 읽는다. 너는 너를 읽는다. 나는 나를 본다. 너는 너를 본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너는 너를 사랑한다. 나는 나하고 얘기한다. 너는 너하고 얘기한다. 나는 나를 느낀다. 너는 너를 느낀다. 나는 나를 그린다. 너는 너를 그린다. 나는 나를 짓는다. 너는 너를 짓는다.
누구나 날마다 죽는다. 누구나 날마다 태어난다. 누구나 날마다 생각하기에 스스로 사람이고, 스스로 사람일 적에는 스스로 사랑이다. 그러니까 스스로 사랑이면 스스로 사람이고, 스스로 사랑이지 않으면 스스로 사람이 아닌 허울이자 껍데기이고 흉내이자 흉이면서 흉터로 맴돈다.
잘 읽거나 잘 쓰거나 잘 벌거나 잘 해야 한다고 여기니 스스로 가둔다. 스스로 가두기에 틀(정부+기득권+법+문화문명문학)에 맞추어서 돈팔이와 이름팔이와 힘팔이로 젖어든다.
팔려고 하니 팔이 저리고 어느새 돌팔이가 된다. 마음과 숨결까지 팔아치우지. 주고 나누고 베풀기에, 네가 주고 나누고 베풀 적에 기꺼이 받는다. 우리는 서로 기꺼이 주고 기꺼이 받기에 동무요 이웃이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꿈씨앗을 새로 심으려고 건너가는 길목이다. 애벌레는 애벌레라는 몸을 내려놓기에(죽기에) 고치에서 이레쯤 잠들어 꿈을 그린 끝에 날개를 달고서 다시 태어난다. 사람은 저녁에 하루를 마무르고서 밤에 꿈길을 노닐기에, 새벽에 별빛을 느끼며 일어나고는, 아침을 눈물 닮은 이슬을 머금 으며 활짝 웃음지을 수 있다.
죽이려고 하니 돈팔이를 하다가 죽는다. 살리려고 하니 날갯짓을 하면서 살리고 살아난다.
걱정근심끌탕으로 속을 스스로 태우니 스스로 이름팔이에 사로잡혀 한눈뿐 아니라 두눈을 다 판다. 마음에 꿈씨를 심으니 날마다 생각이 솟으면서 방긋방긋 웃고 노래한다.
미워하고 꺼리고 싫어하고 등돌리니 어느새 스스로 힘팔이에 갇혀서 이글이글 타오르다가 잿더미가 된다.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살림짓고 살아가니 살그머니 살갑게 사이를 틔워서 깨어난다. 이제 눈뜨고 움트고 싹틔운다.
부천책집과 서울책집을 들르며 등짐은 묵직하고, 고흥 돌아가는 시외버스에서 읽을 책이 잔뜩 생긴다. 이미 스물서른 해 앞서 읽은 책도 굳이 새로 사서 새로 읽는다. 왜냐고? 나는 죽음 저켠을 넘나들며 살림노래를 부르는 말꽃지기(사전편찬자)이니까. 말꽃지기는 이미 읽거나 알았어도 다시 읽으며 새로 배우는 일꾼이다. 뜻풀이를 한벌 했기에 끝이 아니다. 두벌 석벌 넉벌 닷벌 엿벌 끝없이 새로 하기에 말꽃지기이다.
나는 우리말꽂을 날마다 말씨랑 글씨로 심는다. 아이들하고 곁님이랑 살림씨에 사랑씨를 심는다. 한숨 자고서 신나게 읽고 써야지. 조금 졸립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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